미국과 중국의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동아시아 안보지형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국이 충돌 관리와 관계 안정화에 합의하는 분위기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전략 경쟁은 오히려 더욱 정교하고 치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모두 대만을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축으로 인식하면서 한국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휩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있다.(시진=AFP)
이번 정상회담 후 미국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지만 대만을 향해 일방적 독립 움직임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대만 무기 수출 보류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만 안보를 중국과의 무역·외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력한 ‘협상 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가 핵심 국가이익이며 외부 개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레드라인)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ABC뉴스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해협 현상 유지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매우 분명한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상을 바꾸려 한다면 미국도 이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로서 이제 ‘대만 변수’를 더는 간접 리스크로만 볼 수 없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미·중이 관세와 기술 통제를 무기화함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냐 ‘한중 경제 협력’이냐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점차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6대 보장’ 경시 발언과 무기판매 보류 가능성은 대만의 불안을 키우며 미국의 안보 공약 신뢰성 전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불확실성의 비용을 가장 먼저 감당해야 할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종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브리프를 통해 “대만 이슈는 앞으로 한국 안보·경제·외교에 간접 충격이 아니라 직접적인 파급을 미칠 것이다”며 “중국의 경제 보복·공급망 압박이 반복되는 패턴을 고려해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첨단장비 등 전략 분야에서 대체 공급망과 비상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