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이틀째 하락…AI인프라 공급망 병목 우려에 반도체주↓[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05:5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됐던 대이란 군사 공격을 보류한다고 밝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과 고유가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장기 국채금리까지 뛰면서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특히 금리 상승에 취약한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며 나스닥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피터 터크먼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협상 카드에도 시장 불안 여전…WTI 108달러 돌파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2% 오른 4만9686.1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7% 내린 7403.05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51% 하락한 2만6090.73에 마감했다.

시장은 이날도 중동 정세와 유가 흐름, 글로벌 국채금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는 장중 큰 폭으로 출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 마감 직전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19일로 예정됐던 대이란 군사 공격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진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전면적이고 대규모 공격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미군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공격 보류가 확전 위험을 일단 낮추는 재료로 작용했지만, 협상 실패 시 군사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동시에 나오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07% 오른 배럴당 108.66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도 112.10달러로 2.60%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운항 차질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길목으로, 이 지역의 통항 차질은 곧바로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란의 최근 협상 제안에 대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이란 역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시장에서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 일부를 일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 기대감이 커졌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외교적 협상 가능성과 군사 충돌 위험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원유와 주식시장은 장중 내내 큰 변동성을 보였다.

번스 매키니 NFJ인베스트먼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시장을 하루 단위로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변수는 유가”라며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이고, 이는 유가를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않을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특히 기술주와 고공행진했던 반도체주 같은 장기 성장주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실제 채권시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차입비용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한때 4.6%에 근접했고, 30년물 국채금리도 5.13%까지 올라 최근 1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역시 수십 년 만의 고점권에서 움직이며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금리 상승은 특히 기술주에 직격탄이 됐다. 성장주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평가하는 만큼, 장기금리가 오를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다. 최근 AI 기대감과 견조한 기술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나스닥은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지난 3월 말 저점 이후 S&P500지수는 18% 이상 올랐고,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28%가량 급등했다. 짧은 기간 상승폭이 컸던 만큼 고유가와 금리 상승을 계기로 차익실현 압력이 커진 것이다.

팀 그리스키 잉걸스앤드스나이더 선임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짧은 기간 동안 상당한 랠리가 있었던 데 대한 우려가 있고, 일부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Finviz)
◇AI 인프라 공급망 병목 우려…반도체주 일제히 급락

업종별로는 S&P500의 11개 주요 업종 가운데 기술주가 가장 큰 하락 압력을 받았다. 반면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주는 이날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기술주와 에너지주의 엇갈린 흐름은 현재 시장이 중동발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주는 특히 부진했다. 씨게이트 최고경영자(CEO)가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새 공장을 짓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언급하면서 AI 인프라 확대를 둘러싼 공급망 병목 우려가 재부각됐다. 이에 씨게이트 주가는 6.9% 급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5.95% 하락했다.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역시 각각 4.8%, 5.3% 떨어졌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각각 1.3%, 1.1% 하락했다.

시장은 이번 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올라선 엔비디아는 오는 20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3월 저점 이후 가파르게 반등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AI 반도체 수요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고금리와 고유가가 동시에 부각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시켜줄지, 아니면 차익실현의 빌미가 될지가 이번 주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를 둘러싼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주 예상보다 뜨거웠던 물가 지표 이후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45%가량 반영하고 있다. 고유가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이 인하가 아니라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래픽=페드워치)
개별 종목별로는 도미니언에너지가 9.4% 급등했다. 넥스트에라에너지가 도미니언에너지를 약 668억달러 규모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반면 인수 주체인 넥스트에라 주가는 4.6% 하락했다. 리제네론은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시험에서 실험적 치료제 병용요법이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9.8% 하락했다.

이번 주에는 월마트 실적도 예정돼 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실적은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미국 소비자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 여력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월마트가 내놓을 매출 흐름과 소비자 수요 진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타델증권의 스콧 루브너는 “최근 랠리를 이끌었던 자금 흐름이 상당 부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장기금리 상승이 다시 주식과 경쟁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WEBs인베스트먼트의 벤 풀턴 최고경영자(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분명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존재한다”며 “높은 유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포함해 중동 상황에서 긍정적 진전이 나오지 않는다면 증시는 박스권 장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이 빠르게 차익실현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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