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3주에 걸친 이번 재판은 머스크와 올트먼이 2015년 함께 설립한 오픈AI가 비영리 사명을 저버리고 영리 기업으로 전환했다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비영리 개발을 전제로 약 3800만 달러(약 567억원)를 출연했는데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사장이 이를 배신했다며 2024년 8월 소장을 냈다.
◇배심원단 “시효 이미 지났다”…본안은 판단 안 해
배심원단은 실제로 오픈AI가 사명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대신 머스크가 제기한 ‘공익신탁 의무 위반’(소 제기 시한 3년)과 ‘부당이득’(2년) 두 청구 모두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머스크가 오픈AI의 영리 전환 계획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였다. 오픈AI 측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머스크가 이르면 2017년부터 영리 전환 논의를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지지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2021년 8월 이전에 이미 충분한 인지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경우 소 제기 시한은 이미 2024년 8월 소장 제출 전에 끝난 상태였다.
머스크는 올트먼이 그간 안심시키는 발언을 해와 소 제기를 늦췄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저스 판사 “즉각 기각 준비 돼 있었다”
로저스 판사는 평결 후 “배심원단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었다”며 “이에 즉석에서 기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항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소 제기 시한 경과 여부는 사실 판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시라큐스대 법학대학원의 슈바 고시 교수는 WSJ에 “배심원이 판단한 것은 ‘너무 늦었다’는 것인데, 이런 종류의 판결은 항소가 가능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공동 피고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청구도 함께 기각됐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한 임원은 MS가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증언했다. MS 대변인은 “사실관계와 시간적 흐름은 명백했으며 배심원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열린 일론 머스크의 오픈AI 영리법인 전환 관련 소송 재판에서 에드윈 쿠엔코 법정 서기가 이본 곤살레스 로저스 연방지방법원 판사 앞에서 평결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을 일러스트화한 이미지. (사진=로이터)
이번 재판은 단순한 민사 소송을 넘어 AI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두 거물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판 과정에서 브록먼 사장의 오픈AI 지분 가치가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리야 수츠케버 전 수석 과학자의 지분은 약 70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오픈AI에 직접 지분은 없지만 핵심 거래처 기업들에 간접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오픈AI 측은 재판에서 머스크가 영리 전환에 반대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지분 90%를 보유하는 형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이사회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통제권을 쥐지 못하자 2023년 경쟁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머스크는 오픈AI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초기 다수 지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올트먼 “경쟁사 방해 시도”…머스크 “항소할 것”
오픈AI 측 변호인 윌리엄 새빗은 평결 직후 “이번 소송은 경쟁사를 방해하려는 위선자의 위선적 시도였다는 것이 배심원 평결로 확인됐다”며 “배심원들이 소송을 정확히 제자리로 치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달력상의 기술적 문제로 패소했다”며 “올트먼과 브록먼이 실제로 공익단체를 훔쳐 사익을 취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측은 항소 의지를 공식화했다. 머스크 측 변호인 마크 토버로프는 법원 앞에서 “이것은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WSJ와 CNBC에 따르면 머스크가 청구한 구제책은 올트먼·브록먼 해임,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 무효화, 18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부당 이익’ 환수 등이었다. 이번 평결로 해당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다만 오픈AI와 MS를 상대로 한 반독점 관련 청구는 별도 심리로 분리돼 남아 있다. 로저스 판사는 이와 관련해 “경쟁법은 특정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산업에는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xAI는 별도로 오픈AI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및 반독점 소송도 진행 중이다.
◇IPO 항해 나서는 오픈AI…머스크도 스페이스X 상장 임박
이번 판결로 오픈AI는 기업공개(IPO)의 가장 큰 법적 걸림돌 하나를 제거했다. 오픈AI는 올해 초 기업가치 8500억 달러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12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IPO시 기업가치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로이터에 “이번 판결은 오픈AI IPO의 주요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설적으로 머스크 역시 스페이스X의 IPO를 임박하게 추진 중이다. CNBC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xAI와 합병 후 기업가치 1조250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으며, 4월 비공개로 IPO를 위한 예비 서류를 제출했다.
항소심이 남아있는 만큼 이번 소송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1심 판사가 항소심 전망을 어둡게 봤고, 사실 판단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뒤집기는 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오픈AI가 당분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 밖에서 오픈AI 측 대리인인 윌리엄 새빗 변호사가 취재진과 대화하는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오픈AI 영리법인 전환 관련 소송 재판이 이어졌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