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동남아 원유조달 함께 돕는다…호르무즈發 위기에 의기투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09:5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갖고 원유 공동비축 등을 포함한 협력체제 구축에 합의한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일본이 주도해 만든 동남아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틀인 ‘파워 아시아’(Power Asia)를 활용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 국가들을 한·일이 함께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왼쪽)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북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동남아 원유 조달 한·일 공동 지원 추진

파워 아시아의 정식 명칭은 ‘아시아 에너지·자원 공급력 강인화 파트너십’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15일 아시아 정상들과의 온라인 회의에서 발표한 일본 주도 국제협력 구상으로, 총 100억 달러(약 14조 9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이 골자다.

석유 비축 능력이 취약한 아시아 국가들의 체제 정비를 뒷받침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기업이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할 때 국제협력은행(JBIC)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한·일은 금융 지원과 더불어 비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 지원에도 함께 나선다. 의료물자 등의 원료인 석유제품 나프타(조제 휘발유)는 세계적으로 조달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물자 공급원인 동남아 각국에 원유를 지원해 물자 확보까지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일 양국은 똑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중동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다. 마찬가지로 원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 국가들을 함께 지원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정상회담 정보 공유…中 견제 협력도 의제

중동 정세 혼란은 한·일 양국과 동맹 관계인 미국과의 관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쏠리면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한·일 양국에 공존한다. 미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 주석과의 회담 내용을 각각 전화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경제 안보와 방위 협력 분야에서도 한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은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필리핀 등 동맹들과 연대를 강화해 왔으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까지 끌어들이고 싶다는 속내다. 이에 따라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이나 방위장비품 이전협정이 잠재적 의제로 거론된다.

닛케이는 한·중 관계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냉각돼 왔다며, “이재명 정부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으나 한국 내 여론은 위압적인 중국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있다”고 짚었다.

◇李정부 출범 후 6번째 회담…‘상호 고향 외교’ 첫 실현

한편 이번 회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자, 올해 들어 두 번째 셔틀외교다. 지난 1월 13일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 회담에 이어 4개월 만에 양 정상이 마주 앉는 것으로,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하는 ‘상호 고향 외교’는 한·일 역사상 처음이다.

청와대는 다카이치 총리를 국빈에 준하는 예우로 맞이하며, 두 정상은 정상회담과 공동 언론발표, 만찬에 이어 안동 하회마을에서 전통 불놀이 ‘선유줄불놀이’도 함께 관람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이란 전쟁, 미·중 정상회담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일 양국이 자발적으로 밀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일본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 외교’를 내세우며 한·일 관계에서 실익을 찾고 있다. 이번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도 한국 측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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