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 美경제 367조원 날려"…5%대 성장 실패한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10:2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경제에서 한 해 약 2462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7조원에 달하는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증시 활황, 감세가 끌어올린 성장률을 관세 전쟁과 이민자 단속, 종잡을 수 없는 정책이 모조리 상쇄한 결과로, 미 경제가 본래 누릴 수 있었던 성장률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는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AI·증시·감세 ‘순풍’…美 성장에 0.7%p 보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약 0.8%포인트 깎였다며 이를 ‘마가 세금’(MAGA tax)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탓에 사라진 성장 잠재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미국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약 30조7700억달러(약 4경 5867조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0.8%포인트는 약 2462억달러(약 367조원)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방식으로 손실 규모를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경제에는 세 가지 순풍이 불었다. 우선 AI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이 폭증했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4’ AI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지출은 지난해 3500억달러(약 522조원)를 돌파했고, 올해는 약 7000억달러(약 1043조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설비의 3분의 2가 한국·대만 등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탓에 실제 미국 GDP에 잡힌 추가 생산은 약 500억달러(약 75조원)에 그친다. 성장률 기여도는 0.2%포인트 수준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이다.

다음은 ‘부의 효과’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지난해 말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약 15% 뛰면서, 미국 가계 자산이 평년 대비 약 5조달러(약 7452조원) 더 불어났다. 통상 가계 자산이 1달러 늘면 같은 해 소비가 2센트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00억달러(약 149조원)의 추가 소비가 발생한 셈이다.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린 효과다.

마지막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친(親)성장 정책이다. 지난해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른 감세는 첫 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밀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관세·이민·불확실성이 0.8%p 갉아먹어

세 가지 순풍을 모두 더하면 지난해 미 경제 성장률은 약 2.7%에 달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2.1%에 그쳤다. 0.6%포인트 이상이 어디론가 사라진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책이 만들어낸 직접적인 ‘역풍’도 정량화했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는 가계의 구매력과 기업의 이익률을 동시에 압박해 지난해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깎았다.

미 브루킹스연구소는 대규모 추방과 국경 봉쇄로 지난해 미국의 순이민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그 결과 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로 깎였다고 추산했다.

가장 큰 ‘세금’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노스웨스턴대 스콧 베이커 교수 등이 만든 경제정책불확실성 지수는 트럼프 당선 전과 비교해 10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런 규모의 급등 뒤에는 통상 기업 투자 증가율이 5~10%포인트 둔화하는 흐름이 따라온다.

실제로 AI 관련 정보처리 장비·소프트웨어 투자를 제외한 비주거 고정투자는 최근 4개 분기 동안 연 환산 약 3% 감소했다. 지난 10년 평균(연 5% 이상 증가)과 정반대 흐름이다. 산업·운송 장비 투자는 1년새 2% 넘게 줄었고, 제조업 건설은 무려 20% 급감했다. 시장에서 ‘AI를 빼면 미국은 자본지출 침체기’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로 인한 성장률 손실분을 0.4%포인트로 추정했다.

(자료=이코노미스트,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인구조사국, 의회예산처(CBO), 책임예산위원회,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그래픽=AI 생성)
◇“트럼프만 발목 안 잡았어도 5%대 성장 가능”

관세·이민·정책 불확실성을 합한 ‘역풍’의 크기는 정확히 0.8%포인트다. 앞서 ‘트럼프가 없었다면’ 가정으로 추산한 손실분과 사실상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 경제를 끌어내린 ‘마가 세금’의 실체가 이렇게 확인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관세는 여전히 ‘발표→유예→수정→부활’을 오가고 있고,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충격이 가계의 실질소득과 기업의 이익률을 추가로 짓누를 전망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실시간 예측(GDP나우)에 따르면 미 경제는 현재 분기에도 연율 4%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마가 세금’이라는 짐만 짊어지지 않았더라면 미국이 연 5%대 성장도 노려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21세기 들어 단 9개 분기, 코로나19 회복기를 빼면 5개 분기에만 도달했던 기록”이라며 “미 경제의 ‘맷집’에 오히려 감탄해야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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