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에 주먹다짐까지…전 세계 뒤집은 60만원짜리 시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11: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약 60만원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사겠다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 파리에선 최루탄이 터졌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미국 시카고에선 매장 유리문을 두드리는 인파에 경찰이 출동했다. ‘오픈런’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모든 소동의 주인공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손잡고 내놓은 회중시계 ‘로열팝’(Royal Pop)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와치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다음날 출시되는 ‘오데마 피게×스와치 로열팝’ 시계를 사기 위해 노숙하며 대기하고 있다. (사진=AFP)
◇시계 사려고 최루탄에 주먹다짐…“오프라인 구매만 가능한 탓”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와치는 지난 16일 로열팝 컬렉션을 전 세계 매장에서 동시 출시했다. 8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회중시계로, 가격은 한 개당 400~420달러(약 60만~63만원)다. 세계 3대 명품 시계 제조사인 오데마 피게의 시계를 한 개 사려면 최소 2만달러(약 2981만원), 인기 모델의 경우 수억원을 호가한다. 60만원에 ‘오데마 피게’ 로고가 박힌 시계를 살 수 있는 셈이어서 전 세계적인 광풍이 불었다. 스와치가 회중시계를 내놓은 것 자체도 화제를 끌어모았다.

출시 당일인 16일 오전, 전 세계 매장 앞엔 새벽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해서다. 스와치는 전 세계 220개 매장 가운데 20곳에서 ‘이례적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량이 한정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분위기는 한순간에 험악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매장 앞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 프랑스 파리 인근 매장에선 300여명에 달한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까지 발사했다.

미국에선 시카고 외곽 매장에서 사람들이 철제 바리케이드를 뛰어넘고 유리문을 두드리며 들어가려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소호 매장에선 인파가 몰리는 과정에서 최소 1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매장 두 곳은 아예 행사를 취소했다. 상황이 통제 불능에 빠지자 스와치는 결국 고객들에게 “매장에 한꺼번에 몰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매장들은 문을 아예 열지도 못한 채 17일까지 닫혀 있었다고 WSJ는 부연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와치 매장 진열장에 ‘오데마 피게×스와치 로열팝’ 시계가 전시돼 있다. (사진=AFP)
◇광풍 뒤엔 ‘리셀 수요’…실제로 16배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뜨거운 열기 뒤에는 순수한 구매 욕구도 있지만 ‘리셀 광풍’ 또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온라인 거래사이트 이베이에선 정가 400달러짜리 로열팝이 한때 6500달러(약 969만원)에 팔렸다. 정가의 16배 수준이다. 8종 풀세트는 무려 2만 7900달러(약 4158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광풍은 사실 스와치의 ‘공식 흥행 공식’이기도 하다. 스와치는 4년 전에도 자매 브랜드 오메가와 협업해 약 38만원짜리 ‘문스와치’를 내놓으며 비슷한 매장 폐쇄·주먹다짐 사태를 빚은 바 있다. 당시 한정판으로 홍보했던 문스와치는 지금도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번에도 스와치는 사전 온라인 예약 판매를 받지 않고 오로지 오프라인 매장으로만 수요를 몰았다. 이번 사태가 사실상 ‘예고된 카오스’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스와치는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논란을 십분 활용하는 모양새다. 부정적 이슈마저 ‘공짜 마케팅’으로 끌어다 쓰는 노이즈 전략이다.

스와치 측은 “로열팝에 대한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SNS에서 말 그대로 폭발이 일어나 조회수 110억회, 자사 홈페이지 방문 수백만건을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오데마 피게 입장에서도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대중적 접점’을 마련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한편 스와치가 이러한 전략을 취하게 된 것은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중국 시장 부진과 고가 라인 수요 위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압박을 받아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와치그룹은 최근 2년 연속 매출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 3500만 스위스프랑(약 2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나 급감했다.

시계 전문 매체 뉴스레터 작가 토니 트라이나는 “이런 노출은 모든 브랜드가 원하는 것”이라며 “일부 선을 넘긴 했지만 결국엔 이득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데마 피게를 사려면 2만달러는 있어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안다. 대부분 평생 손에 넣지 못할 시계다. 이번 회중시계는 그 명품의 맛이라도 한번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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