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강남역 철근누락 사고…‘즉시보고’ 규정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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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5:59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178톤 규모의 철근 누락이 확인됐지만, 시공 과정에서 이 같은 중대한 구조 부실을 발견했을 때 발주처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는 명확한 법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GTX-A 서울역 출입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중대한 부실로 실제 사고가 발생해야만 현행법상 ‘늑장 보고’에 대한 가중처벌이 가능해, 현행 제도가 사후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가 핵심 인프라 공사의 중대 부실 발견 시 즉각 보고 체계와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 및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 책임자가 이를 지체 없이 고용노동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한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는 물론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즉시 보고 의무가 실제 인명 피해나 붕괴 등 ‘중대재해 발생 이후’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철근 누락 등 중대한 구조 부실이 발견된 단계에서 발주처나 관계기관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결국 사고 발생 이전 단계의 중대 구조 부실에 대해선 구체적인 보고 시점과 대응 범위를 규정한 기준이 사실상 공백인 상황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GTX 승강장 구간은 발주처인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에 위탁을 줘 시공 중인 곳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해당 현장에서는 전체 기둥 218개 가운데 80개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고, 이 중 50개는 설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주철근 2열 배근 설계였지만 실제 시공은 1열만 적용됐으며, 누락 규모는 총 약 178톤에 달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해 서울시에 보고했고,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부 전문가 자문과 보강검토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발주처인 국토부에는 지난 4월 29일에서야 공식 보고했다. 첫 인지 시점부터 약 5개월간 국토부에 공식 보고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늑장보고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상 인명 피해나 붕괴·전도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국토부 보고 의무가 명시돼 있다”며 “철근 누락 자체는 즉각 보고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현장의 주철근 누락 내용이 포함된 감리보고서를 세 차례 철도공단에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이를 ‘보고’로 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방대한 건설사업관리보고서 내 업무일지 일부에 관련 내용이 기재된 수준이었을 뿐 별도 협의나 공식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지하 5층은 국가 예산이 투입된 GTX 시설물로 단순한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당연히 즉각 보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국토부는 “이번 사태와 같은 중대한 구조 부실은 발주처와 관계기관에 신속히 공유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역시 현재까지 직접 적용 가능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찾지 못한 상태로, 관련 감사 과정에서 규정 적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 규정 유무와 별개로, 이 같은 중대한 구조 부실은 즉시 발주처와 공유하는 것이 통상적인 안전관리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법에 몇 개월 내 보고하라는 조항은 없더라도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면 즉각 공유하는 것이 현장의 일반적인 원칙”이라며 “철근이 절반 가까이 빠진 상황이라면 당연히 중대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 협회장 역시 “책임지는 발주처가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수개월 이후에 보고하는 것은 통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추가 비용을 들여 보강공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 판단과 별개로 시민 안전이 걸린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발주처와 즉시 논의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건설의 시공·품질 관리 체계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218개 기둥 가운데 80개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했고, 이 중 50개가 기준 미달 상태였다는 점 자체가 대형 국책사업 수행 역량에 의문을 남긴다”며 “시공과 감리, 품질관리 단계에서 장기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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