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양광 발전 단지 10곳 조성…10년 안에 '국산화·단가 반값' 달성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6:38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10년 내 태양광 전력 공급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핵심 전력 공급 수단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기자재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발전 단가도 대폭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서로 충돌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올 3월 법적으로 신에너지(수소 등)와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등)가 분리되면서 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대신 첫 번째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나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8차 에너지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후부)
◇2030년까지 태양광 31→87GW 확대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지난해 발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를 뒷받침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시화·화옹지구를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에 10개 이상의 기가와트(GW)급 초대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해 31GW 수준인 국내 태양광 설비를 2030년까지 87GW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기간 풍력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육상풍력을 6GW(현 2GW), 해상풍력도 3GW(현 0.4G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보급 확대와 함께 단가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태양광은 올해 기준 1킬로와트시(㎾h)당 150원인 계약단가를 2035년엔 절반 수준인 80원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육상풍력도 180원에서 120원으로, 해상풍력 역시 330원에서 150원으로 계약단가를 각각 낮추기로 했다.

현실화 땐 재생에너지가 석탄·가스발전은 물론 원전에 버금가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올 1~3월 기준 석탄(유연탄) 발전단가는 약 130원, 가스는 약 149원, 원전은 92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 거래 중심 구조에서 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지금까지 전력을 시장 평균가에 판매하는 것에 더해 인증서 판매 수익을 얻어왔는데 앞으로는 약 20년간 일정 가격에 공급하는 형태로 계약이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발전 단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 10GW 이상으로, 풍력터빈 생산능력도 연 3GW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세제 지원 확대와 국산 모듈·인버터 사용 우대 등을 통해 무너진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 중이며, 국내 점유율도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표=기후에너지환경부)
◇‘안보’와 ‘비용’ 사이 고차방정식 풀어야

이 같은 정부의 전략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4년 후인 2030년 국내 전체 발전설비(157GW)의 3분의 2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100GW 규모를 달성하는 것부터가 난제다.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 3~4GW 안팎이던 보급 속도를 연 12GW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지금보다 설치 속도를 3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10개 이상의 GW급 태양광 대단지 조성을 추진한다지만 대규모 발전사업 추진 전례상 주민 수용성·지자체 협조 확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전력을 보낼 송전망을 제때 확충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단가를 10년 내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건 더 어려운 숙제라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사실상 중국산 저가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산 기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원가도 함께 떨어뜨릴 수 있느냐에 대해 물음표가 달린다.

정부가 장기계약 입찰의 상한을 낮추더라도, 사업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아 입찰 물량이 미달된다면 보급계획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초로 발전원별 원가 목표를 정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안보’와 ‘비용’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며 “단기간 내 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 ‘반값 태양광’을 달성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얼마나 빨리 민간 발전 사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지원책 내놓느냐가 이번 ‘반값 태양광’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태양광 모듈의 경우 이미 중국산과 단순 가격경쟁하는 건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한 국산 의무화보다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신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