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세무조사 영구 면제 논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1:0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 아들, 트럼프그룹을 상대로 하는 국세청(IRS)의 세무조사 청구를 사실상 영구히 금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토드 블랜치 미 법무부 장관 대행은 이날 1쪽짜리 문서를 통해 “미국은 원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영원히 면제·포기·사면·해제하며, 향후 어떠한 청구도 제기·추진하는 것이 영구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일가 회사인 트럼프그룹이 지난 1월 IRS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달러(약 14조 9000억원) 규모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합의한 것이다. 해당 소송은 2019~2020년 전직 IRS 계약직 직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가의 세무자료를 여러 언론사에 유출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부유층 인사 수천명의 세무 기록도 함께 새어나갔다.

다만 면제 범위를 둘러싸고 미 법무부 내 설명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문서는 ‘모든 청구를 영원히’ 금지한다고 못 박았지만, 법무부 대변인은 FT에 이번 결정이 “기존 세무조사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이미 진행 중이거나 이전에 제기할 수 있었던 과거 사안만 덮어주는 것이지, 합의 이후 새로 발생할 세금 문제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법무부 대변인은 “한쪽이 합의 직후 이전에 제기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불리한 청구를 시도할 수 있다면 굵직한 청구들을 합의로 마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제출된 세금 신고서를 영원히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사전에 약속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IRS 청장을 지냈던 대니 워펠은 “IRS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이미 제출된 세금 신고서의 조사를 영구히 포기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전례를 단 한 건도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동일한 세법과 집행 체계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정권에서 이른바 ‘법률 전쟁’(lawfare·법을 무기화한 정치 공격)에 따른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을 보상하기 위해 17억 7600만달러(약 2조 650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다음날 나와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IRS 소송을 취하하는 데 동의했다.

정치권 반발이 특히 거세다. 패티 머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측근들을 살찌우기 위한 비자금 창구를 만들고 있다”며 “현직 미국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고를 약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무부와 트럼프의 합의에 대해 “지금도 앞으로도 수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금 조성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거의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본인이나 가족의 보상 수령 여부를 묻자 “4~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법체계로부터 부당한 처분을 받은 이들을 보상하려는 것”이라며 “사안별로 판단해 부당하게 기소된 경우라면 기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그룹은 이번 합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두 아들, 그리고 500개에 달하는 트럼프그룹 관련 법인의 세무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IRS의 체계적 실패에 의미 있는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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