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불똥에 美 엔진오일 품귀 임박…“갤런당 5달러 폭등”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2:4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에서 자동차 엔진오일 품귀 사태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원래도 비싼 엔진오일의 도매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신차에 주로 쓰이는 핵심 등급 오일부터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01번 고속도로.(사진=AFP)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윤활유제조사협회(ILMA)와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핵심 시설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겹치면서 엔진오일 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고 진단했다. 홀리 알파노 ILMA 최고경영자(CEO)는 “품귀가 올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큰 혼란이며 빠르게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실질적인 완화까지 1년쯤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폭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석유시장 분석업체 페트롤리엄트렌즈인터내셔널의 톰 글렌 회장은 “두 달 반 동안 세 차례 가격 인상은 들어본 적이 없고 인상 폭도 충격적”이라며 “1979년 이후 이 업계에 몸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평년에는 유통업체 대상 도매가가 갤런당 70~80센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일부 생산업체가 대량 구매처에 갤런당 5달러 이상 인상했다. 통상 인상폭의 6~7배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0W-16, 0W-20 등 저점도 오일의 품귀가 임박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가운데 0W-20은 신차에 주로 쓰이는 가장 중요한 등급으로, 지난해 승용차용 엔진오일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품귀 우려가 커진 배경엔 취약한 공급망 구조가 있다. ILMA에 따르면 엔진오일의 핵심 원료유 44%가 페르시아만 3개 생산국에서 나온다. 그러나 2월 말 전쟁 발발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공급이 막혔고, 세계 최대 가스액화정제(GTL) 공장인 카타르 펄 GTL마저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ILMA는 “미국의 중동산 원료유는 6월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체 공급처도 마땅치 않다. 평소라면 한국산으로 부족분을 메우지만, 아시아 정유사들은 원유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데다 마진이 높은 항공유·경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차선책으로 쓸 수 있는 다른 등급의 원료유마저 경유 생산으로 돌려지면서, ILMA는 “마지막 안전판마저 사실상 닫혔다”고 했다.

업계는 에너지부와 대응책을 협의 중이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에너지팀은 ‘에픽 퓨리 작전’에 따른 단기 시장 교란을 예상하고 완화 대책을 준비해뒀다”며 존스법(미국 내 해상운송을 자국 선박으로 제한하는 법) 적용 유예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알파노 CEO는 “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미국 내 신규 윤활유 생산시설 2곳은 내년에야 가동된다.

자동차 정비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자동차 회사가 임시로 점도가 약간 높은 오일 사용을 허용하거나 오일 교환 주기 권고를 조정하는 식으로 위기를 넘길 것으로 봤다.

글렌 회장은 “미국이 자동차 운행을 멈추거나 트럭이 물류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보기 흉한 방식이 되겠지만 결국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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