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93개국 60일 무비자 폐지…"관광객 추태·불법 취업 못 참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6:1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태국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용하던 60일 무비자 체류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무비자를 악용한 불법 취업과 범죄가 잇따르는 데다, 관광객의 도를 넘은 행태에 불만이 커져서다. 무비자 입국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체류 가능 기간이 기존 60일에서 대부분 30일로 줄어든다.

태국 방콕의 왕궁 입구를 지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태국 외무부는 이날 93개국·지역을 대상으로 한 60일 무비자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영국·호주 등 해당 국가 국민은 앞으로 30일 무비자 체류만 허용되며, 일부 국적자는 도착 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는 2024년 태국 정부가 관광 규제를 완화한 지 약 2년 만의 대대적인 후퇴다. 당시 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황폐화한 관광산업을 되살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무비자 체류 기간을 60일로 늘렸다.

관광업은 태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석회암 섬과 백사장, 울창한 산악 지대를 갖춘 태국은 지난해에만 외국인 약 3300만명이 찾은 세계적인 관광지다.

관광객 증가는 환영받았지만, 태국 당국은 60일 무비자 제도가 불법 취업이나 범죄를 노린 외국인에게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태국 외무부는 이번 제도 손질이 부분적으로 국가안보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사원을 훼손하거나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추태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잇따라 화제가 됐다. 당국은 마약·인신매매 혐의로 외국인을 여러 차례 체포하기도 했다.

방문객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인 관광객은 인도·중국·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방문 집단으로 올라섰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부 유럽 국가가 러시아인 입국을 제한한 것과 달리, 태국은 러시아 여권 소지자에게 계속 국경을 열어두면서 러시아인 관광이 급증했다. 다만 태국 사법당국은 러시아인들에게 비자 기간을 초과해 머물지 말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이번 조치는 태국이 2022년 아시아 최초로 대마초를 비범죄화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를 풀었다가 부작용 때문에 다시 옥죄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태국은 대마초를 합법화했으나, 이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 채 기호용 대마 사용이 폭증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이른바 ‘그린 러시’(대마 열풍)를 억제하기 위한 새 규정을 도입하고 의료용 외 사용을 다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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