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번 기소는 다른 압박 카드들과 맞물려 있다. 쿠바를 사회 붕괴 직전의 인도적 위기로 몰아넣은 미국의 석유 봉쇄, 갈수록 거세지는 외교적 압박,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아바나에서 직접 전달한 요구 목록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째 쿠바를 압박하며 이 가난한 나라를 두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쿠바를 차지하는 영예”를 누릴 수도 있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은 쿠바를 “해방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이번 카스트로 전 대통령 기소 근거는 1996년 미국인 3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진 민간 항공기 2대 격추 사건이다. CNN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일석이조’ 카드로 봤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이끄는 현 공산당 정권을 더 옥죄어 대화에 나설 만한 온건파를 끌어내는 한편,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것 같은 특수부대 작전이나 군사행동의 명분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봉쇄로 경제를 옥죄는 동시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흘려 적국의 항복을 받아내는 방식은 앞서 베네수엘라에서 통했다. 그러나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미 제국의 “오만과 좌절”을 드러낸 정치적 책략이라고 일축했다. 모든 상황을 ‘성사될 거래’로 여기고, 작은 적국은 무력 위협만으로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 외교의 근본 믿음을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군사 모험을 감당할 정치적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다수는 이란 전쟁뿐 아니라 쿠바 정책에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새 분쟁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루벤 가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성명에서 “미국민은 또 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아바나의 주택을 폭격하는 게 아니라 애리조나에 주택을 짓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위기를 무릅쓰려는 것은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가 절실해서다. 이란 전쟁을 끝내지 못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나 가자 휴전안 진전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존 F 케네디 이래 역대 미 대통령이 모두 실패한 카스트로 정권 타도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갈망하는 역사적 평가를 거머쥘 수 있다. 쿠바계 이민자의 아들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오랫동안 아바나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을 정치 인생의 핵심 목표로 삼아 왔다.
쿠바를 적국에서 종속국으로 돌려세우는 것은 서반구 전체를 손에 넣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돈로 독트린’ 구상을 완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로 독트린은 트럼프의 이름을 19세기 미 외교 노선인 ‘먼로 독트린’에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리 슐렌커 퀸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기소는 쿠바와의 어떤 합의 가능성에도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효과를 낳아 쿠바 지도부의 포위 심리만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