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내라”…이란, 오만과 ‘영구 통행세 체계’ 논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12:5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사실상 영구적인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오만과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혀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이후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국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질서에 중대한 파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해상 교통을 관리하기 위한 상설 통행세 시스템 구축 방안을 협의 중이다.

모하마드 아민 네자드 주프랑스 이란 대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란과 오만은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항행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에는 비용이 수반되며, 해당 항로의 혜택을 받는 국가들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은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라며 “상황 개선을 원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 원유 수송 요충지다. 전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평상시 하루 약 135척의 선박이 통행했지만,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통행량은 급감했다.

이란은 현재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새로운 항행 규정을 도입해 선박들이 ‘페르시아만 해협청(Persian Gulf Strait Authority)’이라는 새 기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안전 통과를 위해 최대 200만달러의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과 협조해 선박을 통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 역시 실제 통행료를 부과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 수역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란의 통제권 강화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단일 국가가 글로벌 핵심 해상로를 통제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전쟁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억제하는 동시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술탄 알 자베르 아랍에미리트(UAE) ADNOC 최고경영자(CEO)는 “한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항행의 자유는 끝난다”며 “지금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그 후폭풍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이란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두고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때는 미국과 이란이 공동으로 해협 운영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구상까지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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