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양제 전자는 지난 4월 EU의 20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를 통해 제재 명단에 올랐다. EU는 이 기업의 기술이 담긴 수십 건의 물량이 러시아로 넘어갔고, 실제 제품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된 드론과 활공폭탄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 시행 직후부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업체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할 시간이 없었으며 조치가 유지될 경우 수 주 내에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고 집행위에 경고하며 유예를 요청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면제가 허용되더라도 업계가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수개월짜리 한시 조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유럽 자동차업계가 최근 반복적으로 겪어온 반도체 공급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자본이 소유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네덜란드 정부가 냉전 시대 법률을 발동해 자국 내 공장 운영권을 직접 장악하자, 중국 당국이 넥스페리아 중국 법인의 수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전력 제어에 쓰이는 이른바 레거시 칩(저기술 범용 반도체)의 공급이 끊기자 유럽 다수 완성차 업체의 생산 라인이 흔들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앱) 확산에 따른 메모리 칩 수요 폭발이 겹치면서 공급 압박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번 논란은 EU가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대러 제재의 실효성과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자국 핵심 산업의 공급망 붕괴를 막아야 하는 두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면제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EU 제재의 억지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