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란 우려에…SEC, 美주식 토큰 거래 허용 연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3일, 오전 06:4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업체들의 ‘주식 토큰(tokenized stocks)’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시장과 규제당국 안팎의 우려가 커지면서 공개를 연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SEC가 미국 주식과 연계된 토큰화 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거래소와 시장 참가자들의 반발로 일정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SEC 실무진은 이미 초안을 마련해 내부 검토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 관계자와 시장 참가자들이 SEC 측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논란은 상장기업의 승인이나 보증 없이 제3자가 발행하는 ‘제3자 토큰(third-party tokens)’ 거래 허용 여부다. 이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외부 업체가 특정 상장사 주식을 기반으로 디지털 토큰을 만들어 거래하는 방식이다.

시장 전문가들과 전직 규제당국자들은 이 과정에서 배당 지급이나 의결권 행사 등 기존 주주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특성상 토큰 보유자의 신원이 익명에 가까워 기업들이 주주 관리 의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SEC 고위 당국자를 지낸 아만다 피셔 베터마켓 정책국장은 “기업 경영진이라면 이 제도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매우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불법 세력에 악용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뉴욕대(NYU) 스턴경영대학원의 오스틴 캠벨 교수는 “고객확인(KYC) 절차가 느슨한 해외 플랫폼에서 토큰이 거래될 경우 제재 대상 세력이 이를 보유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누가 토큰 보유자인지 알 수 없다면 배당금 지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라고 말했다.

SEC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친(親)가상자산 성향 인사인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혁신 면제는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적용될 것”이라며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동일 기초자산의 디지털 표현물 거래만 허용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 토큰화가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래리 탭 시장구조 리서치 총괄은 “거래 결제 속도가 빨라지면 투자자들이 현금과 담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투자 수요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저지 소재 브로커리지 업체 테미스 트레이딩의 조 살루지 파트너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토큰화 증권 시장에 관심이 있는지 고객들에게 물어봤지만 관심을 보인 고객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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