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NPT 회의 또 ‘빈손’ 종료…북·이란 핵문제 이견 못 좁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3일, 오후 01:11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북한·이란 핵 문제와 핵군축 의무 이행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다. 이로써 NPT 평가회의는 2015년과 2022년에 이어 3회 연속 ‘빈손’으로 종료됐다.

22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NPT 평가회의는 이날 4주간 일정을 마무리하며 NPT 체제 강화를 위한 최종 합의문 채택을 추진했지만 회원국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의 의장을 맡은 도 흥 비엣 베트남 주유엔 대사는 폐회 직전 “각국 대표단 발언을 청취한 결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해당 결정은 채택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미·이란 갈등과 북핵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개막 전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의장국은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회의 2주차부터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4차 수정본까지 제시하며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타결에 실패했다.

막판 최대 쟁점은 NPT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를 규정한 제6조와 관련한 이행·검증 강화 조항이었다. 이른바 ‘제15항’에는 핵보유국의 보다 구체적인 군축 이행과 투명성 검증 의무를 담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핵보유국들이 반발하면서 협상 결렬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카미츠 이즈미 유엔 군축고위대표는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핵보유국들이 제6조에 따른 군축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비보유국들에만 비확산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3회 연속 합의 실패는 국제사회 전체가 뼈저리게 되새겨야 할 심각한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과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가 최종안에서 모두 삭제된 점도 논란이 됐다. 북핵 관련 내용은 수정안을 거치며 점차 축소되다가 4차 수정본에서 완전히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 문제에 대한 단 한 줄의 간단한 메시지조차 담아내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재확인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차석대사는 또 “북한이 NPT 체제 하에서 결코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과 이 문제를 외교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도 흥 비엣 의장은 북핵 문구 삭제 논란과 관련해 “북핵 문제는 단 한 줄로 요약하기엔 극도로 복잡한 사안”이라며 “문서 분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 이슈를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2월 만료된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후속 협상 개시 촉구 문구도 최종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엣 의장은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중요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이번 결렬은 NPT 체제에 대한 재앙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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