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60일 휴전'에 역풍 맞은 트럼프 속도조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전 11:2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이란이 향후 60일간 휴전을 연장하고 협상을 이어간다는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자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종전이 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지나친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역풍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
◇공화당서 “전쟁 성과 물거품”…‘60일 휴전안’에 쏟아진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협상단에 이란과 서둘러 합의에 도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사안에 대해 비판하는 패배자들의 말은 듣지 말라”고 썼다. 그는 “만약 내가 이란과 합의를 한다면, 그것은 좋고, 적절한 합의일 것이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이란에 막대한 현금을 주고, 핵무기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과는 다를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고 서명할 때까지 이란 해상 전면 봉쇄는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최근 60일의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에 근접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됐으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폐기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레드 라인’ 제시했던 농축 우라늄 전량 방출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11주 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란의 방어 체계를 완전히 파괴했으며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이란에 핵물질이 남아 있는 것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것을 논의한다는 것이 무슨 논리냐”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애초에 이란 전쟁을 왜 시작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란이 중동의 지배적 세력으로 인식되고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능력을 유지하게 되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전날 SNS를 통해 “이란이 진정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60일간의 휴전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달성한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전보다 입지 강해진 이란…“미국과 협상은 이란의 승리”

트럼프 행정부 1기 관료를 지낸 인사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번 합의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미국 우선주의와 전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위커 위원장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면서 “보도가 맞는다면 이란은 상당한 승리를 거두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항복을 요구받던 이란이 ‘60일 휴전’을 받아낼 경우 이란의 지정학적 입지가 전쟁 이전보다 강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이란 핵 감시 보고서 저자 엘리 게란마예는 뉴욕타임스에 “이란은 국내 및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두 핵무장 강대국(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결국 이란 핵 문제는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개전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전면 대립을 피한 것과 달리 최근 이란 지도부가 결사항전을 택해 결국 미국과 협상을 이끌어낸 것도 전략적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의 자산 동결을 해제할 경우 이란 지도부가 이를 또 다른 승리로 내세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동 지역 매체 암와즈미디어 편집장 알리 샤바니는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 전쟁을 한다고 무조건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이 테이블에 앉게 만들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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