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왼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이 지난 2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핵심엔 ‘실질금리’가 있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영향을 걷어낸 실질금리가 금리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실질금리 상승이 전체 금리 상승분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반면, 일본과 독일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는 △공공부채 가중·재정악화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연준의 금리 인상 전환 가능성이 커진 점 등이 꼽힌다.
바클레이스의 조너선 힐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책임자는 “글로벌 금리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매도되고 있다는 주장은 중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시장의 가격 책정과 들어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부채 증가와 잠재적인 중립금리 상승, AI의 상호작용이 실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란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실제로 유가 급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손익분기(BEI) 금리는 전체 금리만큼 오르지는 않았다. 힐 책임자는 전쟁이 진행 중인데도 미국의 10년물 BEI가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던 2022년 상반기보다 50bp(1bp=0.01%포인트) 낮다고 짚었다. 중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대용지표인 ‘5년 후 5년’ BEI도 지난해 12월과 비슷한 2.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흐름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장기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드라익 가비 ING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해협 재개방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지만 실질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현재 예상하는 것처럼 국채 금리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선 상승분이 ‘전적으로’ 실질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금리는 지난 19일 4.70%에 근접했다가 22일 4.56%로 물러섰다.
마크 말렉 뮤리얼시버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객 노트에서 “채권시장은 하나의 헤드라인에 반응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도자료나 외교적 일시 중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배경에는 이미 큰 부채 부담을 키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 추진과 그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공급망을 옥죄는 무역전쟁 등이 자리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부 차입과 국채 수요에 대한 우려를 들어 미국 금리가 훨씬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화정책 사령탑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이끌 적임자로 점찍어, 시장에서 ‘트럼프의 거수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던 워시 의장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그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부양을 위해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유가 충격으로 휘발유값이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3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워시 의장은 인하는커녕 금리를 올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의 인하 요구와 거꾸로 가야 하는 험난한 출발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연준 회의 의사록에서는 여러 이사가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하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고, 시장은 이미 인상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며 전통적 방식을 따른다면 전임 제롬 파월 의장이 겪은 것과 같은 대통령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