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광 폭발 82명 사망…시진핑 '에너지 안보' 드라이브 시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후 07: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에서 최악의 탄광 폭발 사고로 80여명이 숨지면서, 에너지 안보를 앞세워 석탄 증산을 밀어붙여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생산으로 이란 전쟁에 따른 충격을 버텨오던 중국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무리한 증산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3일 중국 산시성 창즈시 류선위 탄광 가스 폭발 사고 현장에 구조대원들과 긴급 차량이 도착하고 있다.(사진=AFP)
25일 중국중앙TV(CCTV)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중국 산시성 창즈시 친위안현의 류선위 탄광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8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2009년 헤이룽장성 사고 이후 17년 만에 최악의 탄광 재해다. 류선위 탄광은 민영 중소 광산으로 주로 철강용 원료탄을 생산하며, 산시성 연간 석탄 생산량의 0.1%에 불과하다.

규모는 작지만 당국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빠르고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수백명의 구조 인력이 투입됐고, 시 주석과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개입했다. 당국은 ‘타협 없는’ 조사를 예고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모든 사고는 경종”이라며 “안전보다 개발을 앞세우고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치중해온 경향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이런 고강도 단속이 중국으로선 민감한 시기에 닥쳤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달 가까이 석유·가스 수송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더위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있어서다. 석탄 생산이 위축되면 공급이 빡빡해져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리거나, 최악의 경우 과거 중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산업용 전력 제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산시성 정부가 전 지역 탄광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착수하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졌고, 다롄상품거래소의 원료탄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7.97% 급등해 톤(t)당 1266.5위안(약 28만 2000원)으로 일일 상한가에 근접했다. 산시루안환경에너지개발과 진쿵석탄 등 채굴업체 주가도 장중 7~9%대로 뛰었다.

그동안 시 주석 정부는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풍부한 자국 석탄에 기대왔다. 지난해 석탄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30%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동차부터 산업까지 전기화를 떠받치는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증산 압박은 탄광들이 안전을 뒤로한 채 설비를 한계까지 가동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류선위 탄광은 점검 때 숨겨둔 무허가 갱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고, 일부 광부는 구조용 위치추적장치도 없이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탄광은 지난해에도 안전 규정 위반으로 두 차례 제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가 방치돼 있다고 지적한다. 메리 갤러거 미 노터데임대 교수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만 문제 발생 시 처벌받는 왜곡된 유인 구조가 핵심”이라며 “이번에도 지방정부가 명백한 안전 문제를 못 본 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라나 미터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방 관료들이 책임을 지고 공개 망신과 기소를 당할 수 있지만, 이는 당 통치의 근본적 결함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방의 해이를 단속하는 모양새로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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