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티레 지역의 라시디예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가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 시설과 선박을 겨냥해 ‘자위권 차원의 타격’을 단행했다. 팀 호킨스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폭발이 보고된 데 대한 미 CNN의 질의에 “이란군이 제기하는 위협으로부터 우리 병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표적에는 미사일 발사 시설과 기뢰를 부설하려던 이란 선박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사령부는 진행 중인 휴전 기간에 자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병력을 계속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과 이란군은 휴전 기간에도 이미 여러 차례 교전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발 변수도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와 전쟁 중”이라며 “결코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페달을 더 세게 밟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곧이어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 등지에서 헤즈볼라 기반시설을 타격했다.
네타냐후의 강경 선회 배경에는 미·이란 평화협상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까지 묶을 수 있다는 극우 진영의 우려가 자리한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책상을 내리치며 우리가 레바논에서 전쟁을 재개한다고 통보할 때”라고 압박했고,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을 거론하며 “폭발물 드론 한 대당 베이루트 건물 10채가 무너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종전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레바논 휴전 연계는 협상 불가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헤즈볼라가 미사일을 쏠 경우 “이스라엘은 대응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지난달 중순 휴전에 들어갔으나 교전이 계속됐고, 이스라엘 공세로 레바논에서는 3150여명이 숨졌다.
지난 17일 오만 항구도시 카사브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AFP)
종전 합의안엔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초 합의했던 60일간의 일시 휴전을 연장하고 그 기간에 핵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식을 두고는 보도가 엇갈린다.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악시오스, 이란 파르스·타스님통신 등은 이란이 합의 서명 즉시 해협을 개방하고 30일 이내에 통행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합의 약 30일 뒤 해협을 재개방하되 그 기간에 기뢰를 제거하고 항로 안전을 확보하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선박에 ‘통항료’는 물리지 않되, 항행 지원이나 환경 보호 등 서비스 명목의 비용은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두고 맞은편 연안국 오만과 별도 합의를 맺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전투 중단 대상에는 레바논도 포함된다. 다만 이는 최종 종전 합의가 아니라 추가 협상을 위한 초기 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협상은 진전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협상 대표와 외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를 찾아 카타르 총리와 잠재적 합의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이란 중앙은행 총재도 동석해 동결 자산 해제 방안을 협의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대부분 사안에서 결론이 났지만, 합의 서명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핵 문제는 종전 합의 틀이 먼저 잡혀야 협상 대상이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핵심 쟁점인 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농축우라늄을 즉시 미국으로 넘겨 폐기하거나, 이란과의 협력 아래 현지 또는 제3국에서 미 원자력 당국 입회하에 폐기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간 이란이 보유한 농축도 60% 우라늄 440㎏의 미국 반출을 고집해온 데서 한발 물러서, 이란 내 폐기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서두르지 말라고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밝히며, 합의가 무산되면 더 강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중재 외교도 분주하다. 협상의 핵심 중재자인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 원수는 전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미·이란 합의가 타결에 가까워졌다”고 전하며 중국의 더 큰 역할을 주문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에 적극 나선 가운데, 최종 합의의 열쇠는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승인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즈타바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으로, 지난 3월 제3대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다만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날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문구와 제재 해제 방식을 놓고 이견이 남아 종전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