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 선서식에서 워시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단기물 매도에 수익률 곡선 평탄화
이번 스프레드 축소는 연준 정책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물 국채 매도세가 주도했다. 2년물·30년물 수익률 격차도 지난 22일 종가 기준 지난해 7월 이후 최저로 좁혀졌다. 5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올해 최고치인 4.35%를 찍은 뒤 4.26%로 소폭 내렸다. 30년물은 유가 하락에 따라 올해 고점(5.20%) 대비 하락한 5.06%를 나타냈다. 벤치마크 10년물은 4.56%였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flattening)는 단기물과 장기물 수익률 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통상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긴축 장기화를 예상하면서도, 장기 성장 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할 때 나타난다. 아직 역전 단계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이 곡선이 역전(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지는 현상)되면 경기침체의 선행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하 아닌 인상 검토”…연준 기류 변화
연준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도 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주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일 가능성과 인상일 가능성이 같아졌다”고 밝혔다. 종전 인하 지지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란 전쟁 전만 해도 시장은 25bp 금리 인하 두 차례를 기대했지만, 트레이더들은 이제 올해 12월까지 금리 인상 개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오랫동안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워시 의장이 ‘독자적으로’ 중앙은행을 이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앤드류 티스허스트 수석 전략가는 “데이터와 정치 모두 금리 인하 압력이 줄어드는 방향을 가리킨다”며 트럼프의 ‘자율’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 5년물·30년물 금리 스프레드 추이. (단위: bp, 자료: 블룸버그)
채권 시장 약세 전망은 월가 전반에 퍼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금리가 훨씬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G뱅크·골드만삭스·바클레이스의 전략가들은 유가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이미 방대한 공공 부채와 인공지능(AI) 투자 붐의 여파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장기 수익률 급등이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랜드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트레이시 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채권 투자자들이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에 반발해 채권을 매도하는 현상)이 중앙은행들에 대응이 늦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느슨한 재정 정책, 대규모 국방·AI 인프라 지출, 인구 고령화, 지정학적 불안 등을 근거로 10년물 수익률이 최종적으로 5%에 근접할 수 있고, 일부 만기물은 5.5~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블룸버그 전략가 가필드 레이놀즈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속으로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면 단기물에는 타격이 가지만, 글로벌 성장 둔화 징후가 나타나면 장기물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협상 낙관론…유가 하락에 장기물 소폭 안정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유가가 이날 하락했고, 30년물 수익률도 고점 대비 내려왔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협상 타결이 이루어지더라도 구조적 채권 약세 압력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 소재 브로커 트래디션의 스티브 메이저 글로벌 매크로 자문은 “채권 시장이 걱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며 “이 지역 갈등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 시장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고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으며, 이것이 높은 수익률을 설명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연준 회의까지 인플레이션 경로와 이란 전쟁 전개 양상이 미 국채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