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약 석 달간의 인터넷 차단을 풀고 26일(현지시간) 국제망 접속을 일부 복구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여학교에서 교사 파니즈 모하마디가 화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
인터넷 접속 상황을 추적하는 국제 감시단체 넷블록스는 “이란이 국제망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단절된 지 88일째이자 2093시간 만에 인터넷 연결이 부분적으로 복구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대사에서 가장 긴 전국적 인터넷 차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서 와요, 이란. 다만 일부 이용자는 여전히 오프라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넷블록스 집계에서 이란의 인터넷 접속률은 이날 거의 0%에서 출발해 저녁 들어선 80%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란 국민들로부터 SNS와 전화를 통해 다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의 인터넷 차단은 경제난 속에 시작됐다. 이란 당국은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폭락, 경제위기 심화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 올해 1월 8일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시위를 강경 진압한 뒤 1월 말 일부 접속을 복구했지만,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이 벌어지면서 다시 차단했다. 군사 충돌 직후인 3월 초엔 접속률이 정상 대비 1%에 그쳐 사실상 외부와 완전히 단절됐다. 이란 국민들은 쇼핑과 차량 호출, 교육 등 일상에 쓰이는 국내 전용망을 제외하면 국제 인터넷에서 사실상 고립됐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자유로운 인터넷을 공약으로 내걸고 차단 해제를 추진해왔다. 이번 복구는 그가 지난 12일 신설한 사이버공간 관리 특별기구가 인터넷을 1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아레프 제1부통령은 이날 SNS에 “대통령의 지시와 정부의 약속에 따라 자유롭고 규율 있는 사이버공간 접근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구가 안착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란 행정법원은 복구를 의결한 이 대통령 직속 기구의 설립 명령 이행을 일시 중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현지 매체에 이런 사안의 최종 결정권은 강경파가 주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복구를 지시했더라도 강경 세력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 분석업체 켄틱의 더그 매도리 인터넷분석 책임자는 이란의 인터넷 접속이 부분적으로나마 복구된 것에 대해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이란이 1월 8일 이전 트래픽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넷블록스 측도 과거 사례를 들어 “이란에서 인터넷 차단이 풀릴 때마다 더 무거운 제약과 더 강한 통제를 동반한 채 돌아오곤 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상당수 이용자는 여전히 가상사설망(VPN)을 통해서만 일부 SNS에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랜 단절을 끝내고 온라인에 복귀한 이란 국민들은 회의와 냉소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셀카 등 사진을 올려 정부 통제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기도 했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외신에 “연결은 됐다. 하지만 여전히 VPN을 써야 한다. 인터넷이 완전히 열린 게 아니라 더 이상 완전히 닫혀 있지만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