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AI 경고에 백악관 내부 균열…가톨릭 표심 흔들리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10:5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교황 레오 14세의 인공지능(AI) 경고 메시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내부 균열이 포착됐다. JD 밴스 부통령이 “심오한 도덕적 리더십”이라며 치켜세우자,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교황이 왜 기술 논평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바티칸 시노드 신관(Aula Nuova del Sinodo)에서 인공지능(AI)의 부상을 주제로 한 첫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버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역할에 기술 논평이 포함된다는 건 몰랐다”고 말했다. 레오 교황이 이날 공개한 첫 번째 회칙(回勅)은 4만2300단어 분량으로, AI에 대한 강력한 국제 감독 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치명적 무기 사용 결정을 인간 통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밴스 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이 메시지를 “심오하다”며 AI 시대 교회가 보여야 할 도덕적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은 실리콘밸리와의 핵심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 AI 규제 완화 기조 속 바티칸과 갈등 격화

두 각료의 엇갈린 반응은 트럼프 행정부가 AI 패권과 규제 완화를 집권 2기 경제 어젠다의 핵심으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미국 최초의 교황과 점점 더 공개적인 갈등을 빚는 복잡한 정치적 지형을 드러낸다고 CNBC는 전했다.

레오 교황의 회칙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발적 AI 안전 검토 절차를 담은 행정명령을 보류하기로 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는 기술 업계의 압력에 밀려 방향을 바꾸면서 “규제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을 늦출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특히 회칙은 트럼프 행정부와 군(軍) AI 기술 제공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AI 기업 앤스로픽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올라와 함께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교황과 트럼프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황은 취임 1년간 트럼프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하고 이란 전쟁을 규탄했으며,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 트럼프는 교황을 “범죄에 무르고”, “외교정책에서 끔찍하다”고 직접 공격하며 “급진 좌파를 편든다”고 비난했다. 레오는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두렵지 않다”고 응수했다.

◇가톨릭 표심 균열…중간선거 앞 위험 변수

전문가들은 이 갈등이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가톨릭 유권자들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55%로부터 표를 얻었다. 4년 전 바이든(50%)과 트럼프(49%)가 가톨릭 유권자 기준으로 거의 비겼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이다.

당장 보수 가톨릭 지지자들이 교황과의 갈등으로 이탈하기는 어렵다. 낙태·종교적 자유 같은 문화 이슈에서 여전히 트럼프 편에 서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라이언 버지 정치학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름값, 이란 전쟁,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 마지못해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유권자들이 떠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버지 교수는 “백인 기독교 유권자 다음으로 가톨릭 신자가 공화당에 가장 중요한 유권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롱아일랜드·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같은 경합 지역구에서 가톨릭 유권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버지 교수는 “내가 그런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라면, 교황을 조롱하는 트럼프 발언을 광고에 온통 도배할 것”이라며 “광고 카피는 저절로 써진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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