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트럼프 “호르무즈는 국제수역”…이란 관리권 주장 정면 반박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5% 급락하며 배럴당 89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매체는 “합의 발효 후 한 달 내 호르무즈 해협 상업 운송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임시 합의 초안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그 누구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 수역(international waters)”이라며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고 미국이 이를 지켜볼 것(watch over)”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의 해협 관리권 주장에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앞서 이란 국영TV가 보도한 미·이란 임시 평화협정 초안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란 측 보도에 따르면 초안에는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감독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각료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대체로 타결됐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각료회의를 열었으며,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AFP)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의 원유 수출선 대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 이후 이란이 사실상 해협 통항을 제한하면서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만도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을 폭격해야 할 것(blow them up)”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발언도 이어갔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협상 진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향후 몇 시간, 며칠 안에 진전 여부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도하 집중 협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 동결자산 해제 규모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담 턴퀴스트 LPL파이낸셜 수석 전략가는 “이란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라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의 의미 있는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 (사진=AFP)
시장에서는 연준의 매파적 발언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날 스탠퍼드대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상방 위험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5년째 이어지면서 가격과 임금 결정 과정에 물가 압력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예상했던 디스인플레이션이 적시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당장 금리를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쿡 이사는 “향후 몇 달 동안 물가 상승률이 다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 수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AI 투자 붐이 새로운 물가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 1조5000억달러 규모의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첨단 장비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중동 전쟁이 외환 및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란 전쟁 초기 달러 강세가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수요를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사벨라 로젠버그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달러는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며 “전쟁 초기 일부 국가들이 자국 통화 방어와 자본 유출 억제를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는 지난 3월 2.4% 상승해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외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에서 감소했다.
특히 인도 루피와 한국 원화, 터키 리라, 일본 엔화 등이 전쟁 이후 달러 대비 가장 약세를 보인 주요 통화 가운데 포함됐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이를 구조적 변화로 보지는 않았다. 로젠버그 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의 환율 방어는 장기적으로 달러 체제와 미 국채 보유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의미한다”며 “전쟁이 종료될 경우 달러 약세 흐름이 재개되면서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수요에도 다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드 야데니(사진=CNBC)
하지만 최근 급등했던 반도체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주춤했다. 전날 시가총액 1조달러를 처음 돌파했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날 상승폭을 줄이며 3.6% 오르는 데 그쳤다. 인텔과 퀄컴은 각각 1.4%, 6.2% 하락했다. 은행주 역시 약세를 보이며 시장 부담 요인이 됐다. JP모건체이스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수년 내 최대 200억달러 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급한 뒤 2.4% 밀렸다.
반면 메타 플랫폼스는 AI 챗봇 유료 구독 서비스 도입 계획이 부각되며 3.7%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여전히 증시 상승 동력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증시는 거품이 아니라 실적이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장세를 놓치기 두려운 심리(FOMO)가 아닌 ‘엄청난 실적 모멘텀(FEMO·Fabulous Earnings Momentum)’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데니는 향후 몇 년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20~22배 수준도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주의 급등세를 두고 “시장에 멜트업(melt-up) 분위기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이는 투기보다는 실적 개선이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S&P500 목표치를 8250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망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나아가 ‘포효하는 2020년대(Roaring 2020s)’ 시나리오 아래 S&P500이 이번 10년 말 1만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은 2022년과 같은 임금·물가 악순환보다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성 증가율이 현재보다 3~4% 수준까지 높아질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AI 투자발 실적 개선 흐름에 힘을 실었다.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S&P500 연말 목표치를 기존 7600에서 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전날 종가(7519.12) 대비 약 6.4%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그는 올해 S&P500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340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스나이더는 “올해 S&P500 상승은 사실상 실적 증가가 전부 설명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S&P500의 40% 상승 역시 대부분 실적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올해 EPS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S&P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 이상 증가해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강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약 84%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스나이더는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실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남아 있지만,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과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여전히 매력적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매일 아침, 월가의 흐름을 한눈에. [월스트리트in] 구독좋아요는 선택 아닌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