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또 최고치 경신…“미·이란 휴전 연장 합의 기대”에 AI 랠리 폭발[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전 05:4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28일(현지시간)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잠정 합의에 접근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 우려가 완화됐고,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랠리가 폭발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살아났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50포인트(0.58%) 오른 7563.6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91% 상승한 2만6917.47로 장을 마감하며 각각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05% 오른 5만668.97dmf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AI 중심의 실적 기대가 증시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다시 열리나”…시장 뒤흔든 미·이란 협상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연장 협상 소식이 투심을 끌어올렸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60일 휴전 연장과 핵협상 재개를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종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그간 중동 긴장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수준으로 치닫자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실제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국 공군기지를 겨냥했다고 밝혔고, 미군 역시 이란 내 군사시설 추가 타격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군사 충돌 자체보다 ‘결국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에 더 무게를 실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엘리아스 하다드는 “시장은 이란 전쟁 뉴스에 따라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면서도 “양측이 여전히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선호 심리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협상 상황에 대해 “양측 협상팀이 계속 오가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포기 △핵 프로그램 종료라는 ‘3대 레드라인’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강한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타델증권의 프랭크 플라이트는 “투자자들이 호르무즈 재개방이 가져올 광범위한 안도 랠리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테랑 전략가 루이스 나벨리어도 “비록 60일짜리 임시 합의에 불과하더라도 해협 통행 재개만으로도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심각한 공급 차질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협상 기대 속에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고, 미국 국채금리는 전 구간에서 하락했다. 달러 가치 역시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전형적인 위험선호(risk-on)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AI 랠리 재점화…스노우플레이크 37% 폭등

중동 긴장이 완화된 가운데 AI 기술주는 랠리를 이어갔다. 가장 눈에 띈 종목은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업체 스노우플레이크였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연간 제품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5년간 6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36.5% 폭등했다. 상장 이후 최대 상승폭 수준이다.

시장은 이를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매우 강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 영향으로 데이터독(1.6%)과 몽고DB(10.6%) 등 AI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급등했다. 소프트웨어주 ETF인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ETF(IGV)는 2.7%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3.5% 상승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MS가 다음 주 새로운 AI 코딩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AI 코딩 보조 시장 경쟁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반도체주 역시 강세를 이어갔다. 퀄컴과 AMD는 각각 4.2%, 4.6% 급등했고, UBS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마벨테크놀로지도 3.1% 상승 마감했다. 마벨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메모리업체 샌디스크 역시 3.3% 올랐다.

월가에서는 최근 AI 관련 투자 열기가 중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지타니아 칸다리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중동 긴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와 기업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안은 오히려 사이버보안, 방산 기술, 에너지 인프라, 공급망 안정성 등 AI 관련 투자 확대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S&P500지수가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21~2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역사적 평균(19.7배)을 웃돌지만, 기업 실적 전망이 주가 상승 속도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주도 폭등...달러트리 17.9%, 베스트바이 15.8%↑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일라이릴리가 4.1% 상승했다. CVS헬스가 체중감량 주사제 ‘젭바운드(Zepbound)’ 보험 적용을 다시 확대하고, 신규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도 보험 적용 목록에 추가한다고 밝힌 영향이다. S&P500 헬스케어지수도 강세를 나타냈다.

소비 관련 종목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할인점 체인 달러트리는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17.9% 급등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역시 2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15.8% 급등했다.

드론 관련 종목들도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드론 업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언유주얼 머신스(57.2%) 등 드론 관련주가 급등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근원 PCE 둔화에도 “연내 인하 어렵다”

이날 발표된 물가 지표는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주면서도, 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을 더 굳히는 모습이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예상치(0.3%)를 밑돌았다.

전체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0.5%, 3.8%였다.

시장은 월간 상승률 둔화에 주목하며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음식·에너지·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여전히 물가 압력이 강했다. 상품 물가는 한 달간 0.7% 상승했고, 특히 휘발유 가격이 5.5%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주거 및 공공요금은 0.6%, 외식·숙박 비용도 0.5% 상승했다. 전체 주거비는 최소 2025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전날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최소 올해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다음 조치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추가 인상이 될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다.

경기 둔화 신호도 이어졌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는 연율 기준 1.6%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잠정치(2.0%)를 밑도는 수치다. 소비와 투자 증가폭이 하향 조정된 영향이다.

반면 소비는 여전히 견조했다. 4월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5% 증가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다만 개인소득은 보합에 그치며 예상치(0.4% 증가)를 밑돌았다.

월가에서는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가 동시에 이어지는 ‘불편한 조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은 당장 경기 둔화보다 AI 투자 사이클과 기업 실적 모멘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전략가들은 현재 시장을 “고위험 강세장(high-risk bull market)”이라고 평가하면서도, AI 중심의 투자 열기가 당분간 증시 상승세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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