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작게”…美기업, 고물가 속 소비자 붙잡기 총력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후 04:3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기업들이 소용량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고, 가성비 좋은 구성을 늘리며,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등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압박을 받고 있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 1분기 월마트 고객들의 평균 주유량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0갤런 아래로 떨어졌다고 소개하며 “경제적 압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사진=AFP)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단순히 최근 1년간의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식료품과 커피, 자동차 등 생활 전반의 가격이 수년간 누적 상승한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 여력이 약화되자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낮춘 소용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소형 병과 미니 캔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캔 음료 묶음은 6개가 일반적이지만 보스턴 비어는 가격을 10달러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트위스티드 티 음료 4캔 묶음을 출시했다. 타겟은 장난감 코너에 5달러짜리 신상품을 선보였다.

클로록스는 기존 8파운드·12파운드 제품 외에 4파운드 소용량 킹스포드 숯 제품을 6달러에 출시했다. 이는 바비큐 한 번에 필요한 양으로 설계됐다.

더 작은 용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은 소비 둔화가 우려될 때 소매업체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 온 전략인데, 이번에는 많은 기업들이 기존 제품 전반에 걸쳐 가격을 인하하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펩시코는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 불만이 커지자 치토스와 도리토스 등 일부 스낵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크래프트 하인즈 역시 오스카 마이어 델리 제품과 맥스웰 하우스 커피 가격을 낮추고, 소형 용량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스티브 카힐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올해 발생하는 원가 상승분의 약 80%를 자체적으로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식업계에서는 ‘가성비 메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기존 5달러 세트 메뉴에 이어 3~4달러대 아침 메뉴를 선보였고, 애플비스는 15.99달러에 닭날개와 새우, 리블렛 등을 무제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KFC 역시 10달러 치킨 버킷 할인 행사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WSJ가 입수한 내부 메모에서 맥도날드 USA의 조 얼링거 사장은 가맹점주들에게 “소비자 심리가 계속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맥도날드는 타깃을 명확히 한 프로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견조한 실적 뒷받침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3% 이상의 EPS 증가율이 6개 분기 연속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확보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7200개 품목 가격을 낮췄으며 향후 추가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BJ‘s 홀세일클럽 등 주요 유통업체들도 고객 확보를 위해 이익률 축소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깃은 5~10달러 가격대 상품을 확대한 장난감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저가 화장품 브랜드 E.l.f.는 대표 제품 가격을 18달러에서 14달러로 낮춘 뒤 매출이 36% 증가했으며, 파이어 디파트먼트 커피 역시 대표 제품 가격 인하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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