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합의 임박" 외쳤지만…이란, 쿠웨이트 공군기지 타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전 10:2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연장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아 미국인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임박을 시사하다 돌연 강경 기조로 돌아서며 엇갈린 신호를 연거푸 내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탄도미사일이 24시간 이내에 쿠웨이트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은 요격됐으나 낙하 파편이 계약직 직원과 현역 군인 등 약 5명에게 경상을 입혔다. MQ-9 리퍼 공격용 무인기(드론) 1대는 완전히 파괴됐고 1대 이상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리퍼 드론 1대 가격은 약 3000만 달러(약 452억원)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합의 임박 시사했다 뒤집기 반복

이번 주 들어 양측은 합의가 임박했다고 시사했다가 동일한 쟁점을 놓고 다시 이견을 표출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28일 협상단이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핵 문제 추가 협상을 시작하는 양해각서(MOU)에 잠정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불과 수 시간 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잠정 합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JD 밴스 부통령도 “몇 가지 표현상의 쟁점을 놓고 왔다 갔다 하는 중”이라고 했다.

29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2시간짜리 상황실 회의 이후에도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고농축 우라늄 인도, 핵 프로그램 완전 포기 등 3가지 레드라인(양보 불가 사항)을 충족하는 합의만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 불가 및 요금 없는 호르무즈 개방 요구를 재차 올렸으나, 이란의 동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캘리포니아 연설에서 협상 진전에 따라 일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한 이란 여성이 반이스라엘 벽화 옆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해협 독점 통제권” 요구…미국 수용 가능성 낮아

30일 이란 국영TV는 새 합의 초안의 존재를 보도했다. 초안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성격을 결정하는 ‘독점적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트럼프는 한때 미국과 이란이 해협 통행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이번 주 들어 어떤 단일 국가도 해협을 통제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감시’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초안은 미국이 60일 이내에 동결된 120억 달러(약 18조840억원)를 제한 없이 이란 은행에 직접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란 TV 자체가 해당 문서를 “비공식”, “미확정”이라고 명시했다.

이란 측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보장이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상대방이 행동하기 전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협 봉쇄 지속…오만, 기뢰 의심 물체 발견

휴전 연장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사이 군사 행동도 계속되고 있다. 미 해군은 29일 이란 항구로 향하던 감비아 국기 선박이 20여 차례 경고를 무시하자 헬파이어 미사일로 기관실을 타격해 무력화했다고 30일 밝혔다.

오만 당국은 오만 영해 내 호르무즈 해협 연안 교통구역(Inshore Traffic Zone) 서쪽에서 해상 기뢰로 의심되는 부유 물체가 발견됐다며 선박과 선원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반면 더 많은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면서 선주들 사이에서는 교통량 회복에 대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통행료 지불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시민이 이란과 해협 안전 항행에 관한 거래를 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카타르는 기뢰 제거 등 서비스 명목의 임시 통행료는 협상 가능하지만, 영구적인 과세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음 분수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60일 MOU 잠정안을 최종 수락할지, 아니면 레드라인을 고수하며 협상을 원점으로 돌릴지 여부다. 이란이 해협 독점 통제권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합의 도출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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