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분담금 체납에 유엔 비상…8월 현금 고갈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3:4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유엔이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분담금 체납과 주요국의 인도주의 지원 축소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8월 중순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유엔은 인력 감축과 평화유지 활동 축소 등 대대적인 긴축에 나서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월13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하무드 알리 유수프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과의 3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FP)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유엔 분담금 체납액은 일반 예산과 평화유지 예산을 합쳐 42억 8400만 달러(약 6조 4560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분담금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은 채 유엔을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낭비성 지출과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도 유엔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스스로를 유엔의 핵심 후원국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은 이달 약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800억원)를 납부했지만 여전히 4억 5500만 달러(약 6850억원)를 체납하고 있다. 중국이 2022년부터 분담금 납부 시점을 늦추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자국의 우선순위를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에는 중국이 12월27일이 되어서야 분담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회원국이 분담금을 늦게 납부하면 유엔은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연말에 남은 미사용 자금은 실제 납부액과 관계없이 각국의 분담금 비율에 따라 환급되도록 규정돼 있어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현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회원국들에게 정책 조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사용 자금으로 인한 환급액은 누적되고 있다. 2026년에는 2억 9900만 달러(예산의 9% 이상)에 달하며 내년에는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영국과 독일의 긴축 정책,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우경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아와 질병 퇴치를 위한 주요국의 인도주의 자금 지원도 줄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인도주의 자금의 최대 지원국이지만 지원 규모는 과거 연간 100억 달러 이상에서 크게 줄었다. 미국은 현재까지 총 38억 달러 규모의 인도주의 지원금을 배정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이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조직의 재정적 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엔은 오는 8월 중순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은 대대적인 긴축에 나섰다. 사무국 직원 3000명을 감축했고 일부 사무소를 폐쇄했다. 통역 서비스 시간을 줄이고 뉴욕 본부 시설 유지·보수도 연기했다.

유엔은 자금을 절약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평화유지군(PKO) 철수에 속도를 내는 한편 평화유지 활동 비용도 대폭 삭감했다. 또한 파병국인 네팔·방글라데시 등에 지급해야 할 비용 상환도 연기했다.

유엔 재정난은 인공지능(AI), 생물안보, 심해 채굴, 우주 거버넌스 등 새로운 글로벌 현안이 부상하는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유엔의 기능 약화가 국제 협력 체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SJ는 “유엔이 파산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불분명하지만 전 세계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고 식량·안보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는 등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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