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전기차 배터리…파나소닉의 성장동력 두 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7:1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일본 대표 전자기업, 오랜 삼성·LG의 라이벌, 테슬라 배터리 제조사. 100년 역사의 일본 파나소닉을 설명하는 수식어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한때 글로벌 가전 강자였던 파나소닉은 이제 미국에선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파나소닉의 최대 해외 매출처인 북미 사업을 이끄는 메건 명원 리 최고경영자(CEO)는 “파나소닉의 새 동력은 ‘데이터센터’다”며 “전기차(EV) 배터리와 양대 성장 동력으로 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 CEO가 국내 언론에 파나소닉의 사업 방향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건 명원 리 파나소닉 북미법인 최고경영자. (사진=파나소닉)
◇파나소닉 새 동력은 ‘데이터센터’…“EV와 양대 성장 동력”

메건 명원 리 파나소닉 북미 지역 총괄 대표는 3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사업은 앞으로 전기차(EV) 배터리와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향 전지 양대 축으로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데이터센터 향 사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커져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백업 배터리 등 전력 인프라가 EV 배터리만큼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파나소닉은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2029년까지 3배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신규 공장 라인도 데이터센터용으로 전환 중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 등 정책 변화에도 북미 중심 공급망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리 대표는 말했다. 미·중 갈등과 관세 정책, 이란 전쟁,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이 상시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기업 전략이 JIT(Just-in-Time·적기공급)에서 JIC(Just-in-Case·사전비축)을 포함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리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당시 공급망 충격이 너무나 커 급격한 다변화를 진행했다. 부품 하나가 없어 공장이 멈추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며 “대부분 미국 기업은 이제 웬만하면 트럭으로 실어올 수 있는 거리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니어 쇼어’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인력 수급도 마찬가지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이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최대한 현지 채용을 한다는 주의다. 리 대표는 “미국이 외국 기업에 기대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이다”며 “기업으로서도 공장을 지을 때 관련 교육 기관 소재지 여부 등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주는 전기차 보조금(30D)이 폐지됐지만 기업에 주는 첨단제조세액공제(45X)는 남겨둔 것이 그 방증이다”고 말했다.

◇낳아준 韓·믿어준 日·키워준 美…“한미일 가교 역할 하고파”

리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 건너가 파나소닉 북미법인에 법무팀 비서로 입사, 30여년 만에 북미 총괄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2024년 미·일 정상회담 기념 백악관 국빈 만찬 자리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일본 기업의 북미 총괄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그만큼 일본과 미국에서 그를 믿어줬던 사람들이 많았다. 리 대표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믿어줄까’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며 “한때는 강한 리더십을 답습하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다운 리더십, 진정성은 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리 CEO는 특히 후배 여성 기업인들을 향해 “여자라는 이유로는 절대 포기하지 말고 꼭 도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1년 파나소닉 북미법인이 차기 CEO 후보군 명단을 만들 당시 최고인사책임자였던 그는 “‘한국계 여자로 이 정도면 끝까지 왔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왜 내가 나를 스스로 끌어 내릴까’라는 생각이 스쳤다”며 “스스로 한계를 깨고 나를 후계 명단에 넣어달라고 했더니 결국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한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크다는 그는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한미일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면서도 에너지 안보와 희토류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리 대표는

△1962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파나소닉 북미법인 법무팀 입사 △파나소닉 본사 글로벌 인사 총괄 △파나소닉 북미법인 최고인사책임자 및 전략·기획 총괄 △파나소닉 북미법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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