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5.09포인트(1.73%) 오른 5만1562.1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1.14포인트(0.41%) 상승한 7584.82를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19.72포인트(0.07%) 하락한 2만683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이날 시장에서는 AI 관련주에서 전통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브로드컴은 전날 발표한 실적에서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가 12.6% 급락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됐다. 반에크 반도체 ETF(SMH)는 1.6% 하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7.7%, 암홀딩스는 4.5%, 퀄컴과 AMD도 각각 2.6%, 3.6% 빠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열풍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월가에서는 오히려 건강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폴 놀트 머피앤실베스트 수석 자산관리 전략가는 “현재 시장에서 유일한 흠집은 브로드컴”이라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도체주를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이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은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한가 하는 점”이라며 “투자자들이 아직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맷 말리 밀러타박 수석 시장전략가도 “3월 저점 이후 반도체주의 상승세는 사실상 포물선 형태였다”며 “브로드컴 실적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조정의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시장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말렉 시버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투자 테마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제 시장은 단순히 AI라는 이름만으로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고 실제 수익성과 성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I주가 주춤한 사이 전통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헬스케어 업종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유나이티드헬스 투자등급을 ‘매수’로 상향 조정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5.16% 급등했다.
금융주도 반등했다. 전날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 우려로 급락했던 금융주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JP모건체이스는 3.3% 상승했고 블랙스톤도 7.5% 급등했다. 블랙스톤은 환매 요청 증가로 대표 사모신용 펀드의 환매를 제한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악재보다 관리 가능한 조치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날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약 360개 종목이 상승하며 상승세가 특정 종목에 집중되지 않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브렛 켄웰 이토로 투자전략가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고 경영진들도 소비 회복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저가 매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뉴욕증시를 떠받친 요인은 중동 전쟁 완화 기대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다. S&P500지수는 올해 저점 대비 약 20% 반등했으며 1985년 이후 최장 기간 주간 상승 랠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란 전쟁 완화 기대 속 시선은 고용보고서로
중동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미 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지속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이란과의 평화 협상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전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도발이 이어지더라도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휴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안을 거부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투자자들은 전면전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3.1% 하락한 배럴당 93.0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8월물 역시 2.8% 내린 배럴당 95.03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경제지표는 다소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6.1% 증가하며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1분기 노동비용과 생산성 지표도 하향 수정됐다.
특히 인사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5월 미국 기업들의 감원 계획은 9만7006명으로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전체 감원의 약 40%는 AI 도입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이제 5일 발표될 5월 고용보고서에 집중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고용시장이 지나치게 뜨겁지도, 그렇다고 급격히 둔화되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수준의 결과가 나와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과 중동 정세가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노동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고용보고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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