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수요예측에는 이미 공모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시장 분위기만 보면 상장 첫날 ‘폭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AI 분야에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가, 향후 보호예수(락업) 해제 물량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다렸다가 매수 기회를 잡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가치 1조 7700억 달러 적정할까?
기업가치 평가 분야의 권위자인 아스와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스페이스X가 제시한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팟캐스트에서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를 약 1조 3000억 달러로 평가했다. 회사가 제시한 1조 7700억 달러보다 26% 이상 낮은 수준이다.
다모다란 교수는 특히 AI 사업 가치가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IPO 서류에서 AI 사업의 총 잠재시장규모(TAM)를 약 26조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우주 발사체와 스타링크를 포함한 전체 사업 기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론 머스크 (사진=AFP)
실제 스페이스X 내부 사업을 들여다보면 수익을 내는 사업은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유일하다. xAI 부문은 지난해 63억 60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4억 70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냈다.
◇머스크 우주 AI 비전에 열광하는 투자자들…FOMO 자극도
하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적정 평가와 별개로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 비전을 보고 스페이스X에 열광하고 있다. 회사는 우주발사체와 위성인터넷, AI 사업을 하나로 묶어 ‘우주 기반 AI 인프라 기업’이 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머스크라는 브랜드와 우주·AI라는 성장 스토리가 결합되면서 스페이스X는 올해 가장 뜨거운 투자 테마가 됐다.
이미 시장은 과열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진행 중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자금 조달 목표액인 750억 달러의 2배에 달하는 1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모았다. IPO 시장에서 2배 청약률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스페이스X의 상장이 세계 금융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열기는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를 단순한 신규 상장 기업이 아니라 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과 같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자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 역시 상장 당시에는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십 배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의 첫 거래일이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에서 가장 강한 FOMO가 작동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가치가 적정한지 여부와 별개로 “지금 사지 않으면 다시는 이 가격에 못 살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이 12차 시험비행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AFP)
반면, 상장 후 며칠간 분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IPO 첫날이 반드시 가장 좋은 매수 기회였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대형 IPO 종목은 상장 직후 급등한 뒤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가격 조정을 겪었다. 우버, 메타(당시 페이스북), 알리바바, 비자 등 장기적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IPO 성과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며 상장 첫날 장중 최고가는 거래 시작 후 30~90분 사이 형성된다.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이 개인투자자 수요로 넘어가고, 모멘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수요가 이를 모두 흡수하기 전에 최고가가 찍힌다.
이후 주가는 상당히 일관된 패턴으로 하락한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IPO 종목들은 보통 첫날 종가 기준으로 장중 최고가 대비 4~8% 하락한다. 첫 주가 끝나면 하락 폭은 8~18%로 확대된다. 이 시기에는 주관사들이 공모 물량의 최대 15%를 되사들이는 그린슈(초과배정옵션) 안정화 조치가 작동한다. 하지만 이는 공모가를 방어하는 역할일 뿐, 상장 첫날 최고가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3~4주차에는 본격적인 ‘가격 발견’ 과정이 진행된다. 평균적으로 주가는 최고가 대비 12~23%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상장 첫날 60% 이상 급등한 종목들은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이후 1년간 수익률이 오히려 저조한 경우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말 예정된 보호예수(락업) 해제가 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투자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스크와 핵심 경영진은 366일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지만, 상장 전 투자자들과 특수목적법인(SPV) 투자자들의 락업 기간은 180일이다.
이에 따라 11월 첫 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 일부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결국 상장 첫날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향후 수개월 동안 예정된 매도 압력과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스페이스X가 아직 적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 심리가 꺾일 경우 주가를 떠받칠 실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IPO를 앞두고 오히려 테슬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스페이스X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