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개표 이틀째…좌파 산체스, 후지모리에 근소 우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9일, 오후 03:1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페루 대선 개표가 8일(현지시간)로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좌파 성향의 로베르트 산체스 ‘함께하는 페루’ 후보가 보수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의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기 시작했다.

이날 페루 선거관리위원회(ONPE)에 따르면 개표율 94.9% 기준 산체스 후보가 50.10% 득표율로 후지모리 후보(49.90%)를 앞서고 있다. 후지모리 후보는 초기 개표 결과와 출구조사에서 앞섰지만 전일 밤 이후 페루 농촌 지역의 표가 개표되기 시작하면서 산체스 후보가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산체스 후보가 우세를 보이면서 이날 페루 솔(sol)화는 하락한 후 안정세를 보였다.

대선 첫 도전인 산체스 후보는 현재 수감 중인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시절 통상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선거운동 내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챙 넓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

그는 헌법 개정 외에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초과이윤세, 부유세 부과, 광산 개발권 제도 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같은 공약은 농촌지역에서 지지를 끌어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선거 전 보고서에서 “산체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세금, 로열티, 계약 안정성, 국가 개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루는 세계 3위 구리 생산국이며, 금·은·아연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로베르트 산체스 ‘함께하는 페루’ 후보(왼쪽)와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의힘’ 후보(사진=AFP)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산더 로비는 “개표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페루 시장에는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산체스 후보가 승리할 경우 투자자들은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으로 본다. 즉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현지 채권 수익률은 상승하며, 페루 솔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4번째 대선 결선투표에 나선 후지모리 후보는 우파 정치인으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는 2011년, 2016년, 2021년 대선에 도전한 바 있다. 그는 강력한 치안 정책과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의 보수 지도자들과의 우파 연대를 내걸고 있다.

후지모리 후보는 이날 리마 자택 밖에서 “우리는 마지막 한 표까지 기다릴 것이고, 모든 페루 국민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개표되지 않은 여러 해외 유권자 표는 후지모리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체스 후보는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확신과 낙관을 갖고 있지만 100% 개표를 기다릴 것”이라며 “그다음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페루의 정치적 불안정은 멈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ONPE 측은 전체 개표가 7월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페루 대선은 초박빙 구도인 데다 두 후보 모두 전직 대통령들을 연상시켜 누가 선출되든 페루의 정치적 분열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루는 최근 10년간 임시 대통령을 포함해 9명의 대통령이 들어섰다. 페루 의회는 지난 5년 동안 3명의 대통령을 축출했다.

프린스턴대의 조마리 버트 교수는 “어느 쪽이든 페루는 또다시 5년간의 격랑, 정치적 갈등, 불안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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