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중동 정세 악화과 투심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이란을 매우 강하게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밝히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란은 자신들에게 매우 좋은 협상을 체결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육군 아파치 헬기가 격추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을 공습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3.10달러로 전장 대비 1.80%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03달러로 전장보다 2.07%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브렛 켄웰 e토로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중동에서 빠른 평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왔다”며 “하지만 해결이 지연될수록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아르젠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시장에서는 결국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가는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3%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2.9%로 예상에 부합했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높아지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은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를 미루는 것은 물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안에 중동 상황이 진정되고 해상 운송이 정상화된다면 물가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며 “그 경우 연준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존 전망은 모두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매도세도 시장 하락폭을 키웠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4.7%), AMD(-4.9%), 브로드컴(-5.2%)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은 최근 5거래일 가운데 4번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 ETF인 SOXX는 이날 3.67% 급락했다.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올해 80% 넘게 상승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 IPO가 기술주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약 750억달러를 조달하는 초대형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는 미국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 특히 큰 수익을 거둔 반도체주와 AI 관련 종목을 일부 정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시장전략가는 “AI 관련 종목들의 역사적인 상승 이후 시장은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며 “최근 신규 상장 물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