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사랑한다"는 트럼프, 속내는 워시에 힘싣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7:15

[이데일리 성주원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지표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I love the inflation)고 말했다. CNBC는 이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당장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 않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신호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 선서식에서 워시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9% 상승했다.

◇“전쟁 끝나면 물가 급락”…워시 ‘일시적 충격론’과 일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가 지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훌륭하다(great)”고 답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면 물가는 바위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이 같은 발언은 워시 의장이 그동안 주장해온 ‘일시적 충격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인준 청문회에서 “지정학적 변화나 소고기 가격 변동 같은 일회성 요인이 아니라, 근원적인 물가 상승률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 용어로는 일회성 공급 충격을 ‘통과시켜 보는’(looking through) 접근법이다.

워시 의장은 오는 17일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시장은 연준이 현재 3.5~3.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압도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은 최근 금리 인하는커녕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파월엔 하향 압박…워시엔 “독립적으로 하라”

이는 제롬 파월 전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파월 전 의장에게 더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파월 전 의장을 향해 “멍청하다(stupid)”고 부르며 “그는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해임하려 시도했고, 이 사건은 현재 미 연방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또 연준 청사 리모델링 비용 초과와 관련해 “범죄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닌 피로 워싱턴DC 연방검사가 형사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수사 관련 소환장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사진=AFP)
반면 워시 의장에 대해서는 정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워시 의장 취임식에서 “케빈이 완전히 독립적이길 바란다. 자기 일을 하고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NBC뉴스 인터뷰에서도 “고금리를 원한다”면서도 “워시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두고 싶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CNBC는 이 같은 ‘정치적 허니문’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전 의장을 압박할 때 동원했던 수단들을 스스로 소진한 결과로도 해석했다. 워시 의장은 인준 과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통화했고, 취임 이후에도 재무장관과의 정례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밀작전으로 유가 안정”…비난 받자 해명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발언과 함께, 미군이 지난달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의 안전 통항을 지원하는 비밀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덕분에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가 아닌 85~9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 사랑해”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이션 수치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 부담 가중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CPI는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5% 올라 4월(0.6%)보다는 둔화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3.9%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7.0% 급등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생활비 문제에 대한 유권자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으나, 이란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치솟으며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갤런당 6달러가 넘는 기름값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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