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화물 운임 플랫폼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가늠하려면 석유 시장보다 컨테이너 운임을 봐야 한다”며 “위험이 운임에 훨씬 더 명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벙커유 55%↑…호르무즈발 연쇄 충격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이 100일 넘게 이어지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흐름이 막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석유 재고와 비상 비축유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해운 연료 가격 정보업체 십앤벙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초저유황유(VLSFO) 가격은 전 세계 20개 주요 급유 거점에서 평균 845달러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55% 올랐다. 지역별로는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가 1211달러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 770.50달러, 로스앤젤레스 918달러, 로테르담 676달러 순이었다.
벙커유는 컨테이너선 항해 비용의 최대 6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변동이 운임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다. 시인텔리전스 해운분석은 지난 2월 말 이후 중동 분쟁으로 늘어난 벙커유 추가 비용이 5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선사 하파그로이드는 선박 운항 유지를 위해 매주 최대 5000만달러를 더 쓰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MSC, CMA CGM 등 주요 선사들은 이미 스팟 화물에 긴급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다음 달 1일부터는 이를 연간 계약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공장 가동까지 위협”…아시아 생산 차질 우려
연료 비용 상승은 운송뿐 아니라 아시아 제조업 생산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물류관리자지수(LMI)를 작성하는 잭 로저스는 “선박을 움직일 연료뿐 아니라, 그 선박을 채울 부품을 만드는 공장을 가동할 연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나 합성섬유에 쓰이는 중동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원료를 대체하는 비용이 치솟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 에너지·기후·자원 부문 전무는 일부 공장이 손실을 감수하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비용에 의한 연료 부족”이라며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소싱업체 HCS인터내셔널의 스티브 휴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입업체들이 비용 상승을 피하려 다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항에서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수출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