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와 고위급 회담 2건 돌연 취소…무역긴장 고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3: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이달 예정됐던 유럽연합(EU)과의 고위급 회담 두 건을 돌연 취소했다. 중국의 대(對)EU 수출이 급증하면서 두 무역 강자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베이징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두 건의 대화를 취소했다. 디지털 현안을 다루는 장관급 논의와 올로프 스코그 EU 대외관계청 사무부총장이 참여하는 회담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달 예정됐던 두 건의 대화가 중국 측에 의해 촉박하게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방식은 양측이 상대국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때 자주 동원된다. EU는 지난해에도 여러 무역 분쟁에서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과의 핵심 경제 회의를 거부한 바 있다.

올해 중국은 EU가 중국산 수출을 겨냥한 새 방어 조치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5월 중국의 대EU 수출은 1년 전보다 16.4% 급증했고, 중국 관영매체는 ‘무역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베이징은 특히 일부 중국 제품을 공공조달 계약에서 배제하고 유럽 기업 인수를 제한하는 EU의 ‘산업가속화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또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통신망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서 배제하도록 사이버보안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 패널 제어용 인버터 수입품에 대한 공공자금 지원도 차단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하루 10억유로(약 1조7600억원)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지속 불가능하다”고 규정하며, 빠르게 잠식되는 역내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자동차 산업 등이 특히 압박을 받고 있다. 집행위는 6월 들어 반덤핑 조사 세 건도 개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베이징은 EU와의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EU가 중국 기업이나 제품을 더 겨냥한다면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산당 민족주의 성향 매체인 환구시보는 “EU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여서도 안되며, 감당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 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이사회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내는 경고로 풀이된다.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더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U 당국자들은 중국이 회원국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개별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 측은 취소된 회담들과 관련해 “일정을 다시 잡는 과정에 있다”며 “EU와 중국 간 교류와 대화는 여러 층위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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