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삭감도 감지덕지” 中 AI 드라마 열풍에 일거리 끊겼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4:41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동부 저장성 둥양시에 위치한 헝디엔 월드 스튜디오(이하 헝디엔). 이곳 직원은 “예전엔 10m 간격으로 단편 드라마를 촬영하는 팀을 볼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선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무력하게 이야기한다.

중국 동부 저장성 둥양시 헝디엔 월드 스튜디오에서 드라마 촬영이 진행 중이다. (사진=둥양시)
중국의 최대 규모 영화 촬영장인 헝디엔은 베이징 자금성을 비롯해 명나라와 청나라의 궁궐, 홍콩·광저우 거리 등 다양한 촬영 세트장을 조성한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영화·드라마 촬영팀이 몰리던 지역이지만 최근 찾은 이곳은 3일간 단 3개의 촬영팀을 보는 데 그쳤다고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은 보도했다.

헝디엔 직원은 디이차이징에 “헝디엔 주요 지역은 단편 드라마 제작진으로 가득해 소품 제작 무대 등에서 일했는데 올해는 일이 뚝 끊겼다”면서 “일거리가 작년에 비해 최대 90% 정도 줄어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촬영장이 갑자기 한산해진 이유는 인공지능(AI) 드라마의 급증 때문이다. 실제 촬영장과 배우가 없이도 간단한 컴퓨터 작업만 하면 짧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헝디엔의 경우 4월 기준 이곳에서 활동하던 제작사 인력의 90%가 정리됐으며 단편 드라마 출고 건수는 전년동기대비 63% 감소했다. 스튜디오 공시률은 78%, 배우 실업률 70%까지 올라갔다.

디이차이징은 “올해 들어 AI 단편 드라마의 빠른 부상과 실사 드라마의 촬영량 감소 영향으로 오프라인 드라마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면서 “헝디엔 뿐 아니라 정저우, 시안 등 핵심 촬영장에서 실사 단편 드라마의 촬영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매체 란징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촬영한 실사 장편 드라마는 30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약 24편)보다는 반등했지만 2년 전(53편)에 비해 크게 줄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을 우선한 제작사들이 실사보다 AI 드라마 만들기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의 공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에서 “전통적인 단편 드라마 단편 비용은 회당 3만~8만위안(약 677만~1805만원) 사이지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1만~3만위안(약 226만~677만원)까지 떨어진다”면서 “순수 AI로 생성된 단편 드라마의 경우 최저 3000위안(약 68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AI 드라마를 만들 경우 회당 제작비가 10분의 1 이하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지난 2023년 단편 드라마 ‘우솽’을 내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작사 펑싱은 AI 드라마 열풍에 밀린 곳 중 하나다. 펑싱 관계자는 “한 달에 최대 106편의 실사 단편 드라마를 제작했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프로젝트는 거의 중단된 상태이며 작년말 구조조정 후 1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며 “최근 매달 평균 30편의 AI 단편 드라마만 제작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부 저장성 둥양시 헝디엔 월드 스튜디오 내부 세트장 전경. (사진=AFP)
실사 드라마의 부진은 관련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 단편 드라마로 데뷔한 배우 천위시는 작년말까지 20편 이상 작품에 출연했다. 회당 출연료는 800위안(약 19만원)에서 3000위안(약 68만원)까지 오르고 팬층도 모였으나 올해 들어 활동이 급격히 줄었다. AI 배우로 인해 연기할 드라마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출연료는 3분의 1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고 촬영장 이동 비용까지 자비로 충당하는 경우도 늘었다.

디이차이징은 “메이크업, 의상, 사진 담당자들은 최근 메이크업 서비스, 의류 대여, 전문 여행 촬영 등을 하고 있다”며 “촬영장 일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촬영장의 고객 유치는 출혈 경쟁을 야기한다. 현재 중국에선 올해 광저우의 단편 드라마 촬영장이 운영을 시작했고 후난성에서 연극 영화관이 정식 개업했다. 저장성 샤오싱에도 새로운 촬영 장이 개장했다.

실사 드라마를 찍는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 촬영장마다 다양한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우려하고 있는 내권(내부 출혈 경쟁) 현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AI 기술 발전이 전통 실사 드라마를 위협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론 AI를 활용한 양질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쥐즈영화스튜디오의 책임자 류광웨이는 “미래 오프라인 촬영 장면이 AI로 대체될 수 있으나 단기간 내 완전히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고 컴퓨팅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AI를 통해 고품질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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