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도매물가 0.5%↑…전쟁에도 예상보다 둔화
생산자물가는 3월 0.7%, 4월 1.1%에 이어 5월에도 1.1% 상승하며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물가 급등은 사실상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 최종수요 재화 가격은 전월 대비 2.8% 상승해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노동부는 전체 상승분의 약 80%가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0.7% 급등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23.4% 뛰어 전체 재화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디젤유와 항공유, 산업용 화학제품, 플라스틱 원재료, 천연가스 액화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충격을 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높아진 연료비와 운송비를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물류·운송 부문에서도 비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운송·창고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중동 전쟁 초기 급등했던 운송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화물트럭 운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료비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으로 운전기사 공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 가격도 전월 대비 0.6% 상승해 최근 3개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악천후와 전쟁, 관세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비료 원재료 가격은 1년 전보다 28% 급등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최종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포트폴리오 운용 서비스 가격이 4.8% 오르며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증권 중개 및 투자자문 서비스, 화학제품 도매, 식품 도매, 항공 여객 서비스 가격도 상승했다.
반면 도·소매업체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무역서비스 마진은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이후 가장 큰 감소폭 중 하나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업들이 관세 및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9%였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이 상당 부분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전날 발표된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에 그쳐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모두 헤드라인 지표는 크게 뛰었지만 근원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셈이다.
그럼에도 생산 단계와 소비 단계 물가가 동시에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물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확산하고 있어 이번 PPI 보고서가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오는 25일 발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다. PCE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이번 PPI 보고서에서 포트폴리오 운용 수수료와 병원 입원 진료비, 요양시설 서비스 비용 등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PCE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