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지방투자, 산업 논리가 먼저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전 05:01

반도체 팹(Fab) 건설공사가 한창인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 조성사업 현장.(사진=황영민 기자)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반도체 초호황기 바람을 타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호남·충청권 추가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의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늦추는 건 곧 시장을 내주는 일이다. 수도권의 전력망과 용수, 부지 확보 여력이 한계에 이른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생산 거점을 넓히는 일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려면 정부가 파격적인 재정·세제 지원은 물론 정주 여건과 인력 양성 체계까지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이 건물과 장비만으로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인력과 협력사, 연구기관, 대학, 물류망, 주거·교육·문화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물과 전기, 땅은 필수지만 이것만으론 산업이 만들어질 수 없다. 앵커기업은 물론 그 직원과 협력사가 함께 이전·정착할 여건이 필요하다.

경쟁국은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고, 미국·중국도 반도체 기업 유치에 재정과 규제 특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의 지역 투자가 ‘비용’이 아닌 ‘기회’로 느껴질 수 있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지방 추가 투자 논의가 기존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맞물려 추진 중인 국가 핵심 프로젝트다. 신규 투자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기존 프로젝트의 판을 깬다면 반도체 집적 효과를 약화하고, 국가 경제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신규 투자는 어디까지나 기존 투자 계획의 대체제가 아닌 두 번째 성장축으로서 논의돼야 한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 심화 속 반도체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국내적으로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를 위해 우리 미래 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반도체만큼은 정치 논리보다 산업 논리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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