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이란 핵합의 기대에 급반등…나스닥 2.5%↑[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전 06:0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 기대감에 힘입어 강하게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계획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양국 간 평화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 전날 중동 긴장 고조와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주요 지수는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6% 오른 5만848.7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5% 상승한 7394.30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54% 오른 2만5809.66에 마감했다. 전날 1% 넘게 하락했던 주요 지수들은 하루 만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트럼프 “주말 유럽서 합의 서명 가능”…호르무즈 재개방 기대

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저녁 예정됐던 이란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이란 최고 지도부까지 전달됐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역내 주요 국가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훌륭하게 해결했다”며 “향후 며칠 내 최종 문서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서명이 이뤄지는 즉시 공식적으로 재개방될 것”이라며 “서명은 매우 빨리, 어쩌면 이번 주말 유럽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측 서명자로 J.D. 밴스 부통령이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지난 3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사실상 종식시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도 크게 치솟은 상태다.

이란 측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날 테헤란 지도부가 합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양측이 정치적 수준의 공감대에는 도달했지만 해외 은행에 동결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이란 원유 수출 대금 해제 방식 등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이란 및 서방 소식통들은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란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는 향후 별도 협상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게시물에서 미국이 이란을 “오늘 밤 매우 강하게 공격할 것(VERY HARD TONIGHT)”이라고 경고했고, 이란 최대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과 주요 에너지 시설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공습 계획 철회와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중동 지역 긴장 완화 기대는 국제유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38달러로 전장 대비 2.92%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71달러로 전장보다 2.58% 하락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진정되면서 시장을 짓눌렀던 인플레이션 우려도 완화됐다. 미국 국채금리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월가에서는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 시장의 관심이 다시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UBS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샤르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결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결국 외교적 해법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그 경우 투자자들은 견조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에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PI 6.5% 급등에도…근원물가는 예상 밑돌아

경제지표는 다소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해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1.1% 올라 시장 예상치(0.7%)를 크게 웃돌았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최종수요 재화 가격 상승분의 약 80%가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0.7%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23.4% 뛰어 전체 재화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디젤유와 항공유, 천연가스 관련 제품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충격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물류비와 운송비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운송·창고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2.6% 상승했고 화물 운임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높아진 연료비와 운송비를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9%였다. 예상보다 낮은 근원 물가는 최근 물가 상승이 상당 부분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발표된 5월 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근원 CPI는 2.9% 상승에 그쳤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모두 헤드라인 지표는 크게 뛰었지만 근원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셈이다.

아울러 이란과 합의가 마무리되면 국제유가가 안정화 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ECB, 3년 만에 금리인상…글로벌 긴축 우려 확산

시장은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더욱 커졌다. ECB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이유로 예금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가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ECB는 이란 전쟁 이후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긴축에 나선 중앙은행이 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중동 분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상당한 에너지 충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부문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물가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0%로 제시됐고, 2027년에도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성장률 전망은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ECB의 결정이 주요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더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스와프 시장은 ECB가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연준 역시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주 8% 급등…스페이스X IPO 기대감도

기술주 가운데서는 반도체 업종이 반등을 주도했다. 전날 기술주 급락으로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던 기술주들이 대거 반등에 나섰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AMD, 인텔 등이 일제히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업종 지수(SOX)는 7.9% 급등했다.

특히 인텔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투자 의견을 ‘언더퍼폼’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면서 9.29% 급등했다. 로버트 핍스 퍼스털링캐피털매니지먼트 이사는 “기술적 지표상 시장이 단기 과매도 상태에 진입했다”며 “너무 빠르게 올랐던 만큼 너무 빠르게 하락했고 이날 반등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되돌림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13일 예정된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주 약세가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날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하고 5억5556만주를 발행해 총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람코가 기록한 294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 IPO다.

반면 오라클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027회계연도 자본지출 계획을 제시하면서 8.5% 급락했다. 오라클은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오라클은 전날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자본지출 부담이 부각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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