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건설 및 기존 원전 재정비 계획을 언급하며 “소형 원자로 사업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진=AFP)
미국은 일본의 5500억달러(약 835조원) 대미 투자 한도를 활용해 10조엔(약 95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투자 한도는 일본이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인하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달 초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화상으로 대미 투자 자금 활용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GE베르노바와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짓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일본이 최대 40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하는 방향으로 최종 협의에 들어갔다고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일본 측 협상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신생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SMR에도 최대 25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원전에 대한 일본의 대미 투자는 10조엔을 넘어설 수 있다. 첫 사업지로는 미 남부 테네시주가 유력하며, 미 행정부는 이미 소형 원자로 인허가 절차에도 착수했다.
미국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원전 신규 건설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전체 원자로 수도 1990년 112기를 정점으로 90기대까지 줄었다. 2023년 가동에 들어간 웨스팅하우스의 보글 원전 3호기(남부 조지아주)가 미국에서 약 30년 만에 처음 이뤄진 신규 상업 운전이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었고, 미국은 일본 자금을 끌어들여 원전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발전 능력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소형 원자로 승인 절차를 앞당기는 내용 등을 담은 행정명령 4건에 서명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가 원전 확대 견인
원전 확대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은 최근 10년 새 3배로 불었고, 앞으로 5년간 다시 2~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면 미국의 전력 공급은 수요 대비 20%나 모자랄 수 있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닛케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개설과 반도체 사업 성장 등으로 미국은 전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원전에는 훌륭한 투자 기회가 있으며 미·일 양국의 장기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SMR은 약 20개국에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상업 운전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 중인 곳은 중국과 캐나다 등 일부에 그친다. 러트닉 장관은 “SMR을 미국 내에서 대규모로 짓는 공급망을 미·일이 함께 구축하고, 그 기술을 세계에 수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측은 미국에 투자한 원전이 사고를 낼 경우의 배상 책임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국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것은 미국의 원전 사업이며 일본에는 배상 책임이 일절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최종 협의 과정에서 일본 측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AFP)
SMR은 대형 원자로보다 전기 출력은 작지만,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닷컴 등 거대 기술기업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50년까지 300기 이상의 SMR이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럽 등에서도 원전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계에서 최근 10년간 착공된 대형 원전의 90%는 중국산과 러시아산이 차지했다. 일본 측 협상 관계자는 “미·일은 공동 투자를 통해 인력과 기술 면에서 만회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인하 협상의 일환으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한도 설정을 결정했다. 올해 2월 중서부 오하이오주의 가스 화력발전 등 1호 사업이 확정됐으며, SMR 투자는 올여름 이후 정식 발표될 2·3호 사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