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행사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날 종목코드 'SPCX'로 나스닥 거래를 시작했으며, 사상 최대 규모 IPO를 통해 기업가치가 2조달러에 육박했다. 머스크는 이번 상장으로 세계 최초의 1조달러 자산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AFP)
스페이스X 주가는 개장 직후 강한 매수세가 몰리며 한때 16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회사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스페이스X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 최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대형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은 정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가 이제 그 격언을 전례 없는 규모의 부를 통해 시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1조달러라는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스위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익을 올린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한 명인 스티브 코언이 지난해 벌어들인 34억달러를 매년 동일하게 번다고 가정해도 1조달러를 축적하는 데 약 300년이 걸린다.
머스크의 자녀 14명이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받을 경우 각자 세계 부호 순위 30위권 안에 진입할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독립 보상 컨설턴트인 댄 월터는 블룸버그에 “이것은 단순한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규모”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세계 최초의 ‘트릴리어네어(trillionaire)’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150억달러 이상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440억달러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가 지나치게 비싼 거래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2018년 체결한 560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성과보상 계약은 일부 주주들의 소송 끝에 델라웨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또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에 참여하고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테슬라 판매가 둔화하는 부작용도 겪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트위터는 엑스(X)로 이름을 바꾼 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방대한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머스크는 엑스를 자신이 설립한 AI 기업 xAI와 통합했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했고, 지난해 항소심에서 성과보상 계약을 인정받으며 기존 보상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일정한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1조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는 새로운 보상안까지 확보했다.
투자자들도 최근 전기차 판매 둔화보다는 로보택시 사업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에도 이러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의 자산 증식을 처음 이끈 것은 테슬라였다. 그가 최대 주주로 있는 테슬라는 2010년 상장 이후 주가가 약 3만5천% 상승하며 월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부를 키우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앞세워 민간 우주 발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 국방부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도 구축했다.
스타링크는 현재 전 세계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스페이스X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약 1천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스타링크 성장과 AI 사업 확장에 힘입어 올해 초 기업가치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xAI와 엑스를 결합한 통합 플랫폼 전략이 투자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번 IPO에서는 기업가치가 2조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번 상장은 750억달러를 조달하며 기존 알리바바 기록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 IPO로 기록됐다.
현재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엑스, xAI로 구성된 머스크의 사업군은 그의 전체 순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자산 대부분이 기업 지분 가치에 기반한 ‘종이 자산’이지만, 그 규모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머스크의 재산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 공격적인 매출 및 기업가치 목표 달성 시 추가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공개된 보상안이 모두 실현될 경우 두 회사에서 머스크가 추가로 받게 될 지분 가치는 약 1조8천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