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 '그림자 함대' 유조선 첫 나포…우크라 전쟁 자금줄 차단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4일, 오후 06:49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영국군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는 데 활용된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을 영국 해협에서 처음으로 나포했다. 영국이 자국군을 동원해 제재 대상 러시아 선박의 운항을 직접 차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프랑스 군인 1명이 지중해 상에서 헬기로부터 밧줄을 타고 러시아 그림자 함대로 의심되는 유조선 데이나호로 하강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해병대 특공대와 특수 훈련을 받은 국가범죄청(NCA) 소속 요원들이 영국 해협을 지나던 제재 대상 러시아 유조선 ‘스미르토스’호에 승선해 운항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새벽 시간대 6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작전에는 영국군 치누크 헬리콥터와 해상초계기, HMS 서덜랜드 호위함을 비롯한 해군 함정 등이 동원됐다.

댄 야비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그림자 함대’에 의존하고 있다”며 “영국은 이번 작전으로 푸틴의 불법 전쟁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프랑스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스미르토스호를 영국 남부 해안의 정박지로 이동시킨 뒤 환경 및 안전 문제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작전에 참여한 군 장병들과 NCA 요원들을 치하하며 “이번 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금을 대는 자들이 더 이상 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동원된다는 의심을 받는 선박 수백 척에 제재를 부과하고 영국 항만과 각종 서비스 이용을 금지해왔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그림자 함대 선박에 대해 영국군의 승선 및 압류 권한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소유 구조가 불투명하고 이력이 불확실한 노후 선박을 활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집단을 말한다. 이들 선박은 국제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하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함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프랑스와 벨기에,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최근 제재 위반 의혹을 받는 그림자 함대 선박을 잇달아 나포하거나 압류하는 등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조치를 “적대적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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