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구 1000만명 제한' 국민투표 부결 전망…반대 55% 우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4일, 오후 08:5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스위스에서 전체 인구를 2050년까지 1000만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가 부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가운데, 유권자들은 국가 경쟁력과 대외 관계를 고려해 현행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마터 스위스국민당(SVP) 의원이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아르베르크의 한 투표소에서 '1000만 명 스위스 반대: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국민투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해당 발의안은 2050년까지 스위스 전체 인구를 1000만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14일(현지시간) 국민투표 종료 직후 발표한 추정 결과에서 반대 55%, 찬성 45%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발의안은 최종 개표에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국민투표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한 ‘지속가능 계획’ 발의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의안은 스위스의 총인구를 2050년까지 1000만명 이하로 유지하도록 정부에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전체 인구가 950만명에 도달하면 난민 수용 규모 축소, 가족 초청 이민 제한, 거주 허가 발급 축소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하며, 유럽연합(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협정을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VP는 급격한 인구 증가가 교통·주거 등 국가 기간시설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과 국가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스위스 의회 제1당인 SVP는 오랜 기간 이민 문제를 핵심 정치 의제로 다뤄왔다.

반면 스위스 정부와 경제계는 이번 발의안을 “자해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이민 확대가 의료·보건, 금융, 제약, 기술 산업 등에서 필요한 노동력과 전문 인력을 공급해 스위스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 교역 상대인 EU와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컸다. 유럽 단일시장 접근이 제한될 경우 수출 중심의 스위스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번 국민투표를 스위스판 ‘브렉시트’로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스위스와 EU가 2002년 상호 거주·취업 제한을 완화한 이후 스위스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910만 명으로 약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도 24% 성장하며 경제 규모 역시 확대됐다.

현재 스위스 인구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28%에 달하며, 해외 출생자 비율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룩셈부르크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스위스로 유입되는 이민자 대부분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인접한 EU 회원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이민 양상과는 차이를 보인다.

스위스는 지난 50년간 이민 관련 국민투표를 여러 차례 실시했지만, 2014년 ‘대규모 이민 반대’ 발의안만이 근소한 차이로 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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