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한파 속 '구명줄' 된 의료업계…타 업종서도 대거 이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전 09: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업계가 ‘구명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팜베이에 거주하는 신시아 웹스터(50)는 지난 6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다 지난해 2000달러(약 303만원)가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지역 병원의 6주짜리 교육 과정을 신청했다. 간호조무사로 재취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경력 단절과 경력이 전혀 없는 의료 분야에 대한 도전이었던 만큼 힘겨운 준비 과정과 구직 과정을 각오했었지만, 웹스터는 의외로 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간호조무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준간호사(LPN)가 돼보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웹스터는 “누구나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진료를 받으러 갈 때조차 그렇다. 청소나 구내식당부터 간호사까지, 이 업계에는 늘 일자리가 있다”며 “평생 의료 분야에서 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지금 이렇게 하고 있고 무척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웹스터의 경험은 지난 1년간 다른 업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수백만 미국인과 뚜렷이 대비된다고 CNN은 짚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조차 인턴 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수백통의 지원서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26주 넘게 실업 상태인 인원은 지난달 18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4년 만의 최고치(190만명)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최근 수개월간 미국 일자리 증가세를 이끈 소수 업종 가운데 하나가 의료업계다. 고령화와 의료 수요 증가로 이 분야는 채용 호황을 떠받치고 있다. 특히 간호조무사나 가정 방문 간병인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일자리로 갈아타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의료업계 채용 담당자들은 전했다.

타 업종에서 의료업계로의 이동도 활발하다. 시카고 광역권의 자폐 치료센터 ‘더 플레이스 포 칠드런 위드 오티즘’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등록행동치료사(RBT)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였다. 사전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1만건 넘는 지원서가 몰렸고, 지원자의 95%가 의료업계 밖 출신이었다고 인재채용 담당이사 트레버 프릴은 전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생에게 시간당 18달러(약 2만 7300원)를 지급하며, 시작 후 90일 안에 등록행동치료사가 되는 속성 과정이다. 자격을 취득하면 시급이 19달러(약 2만 8800원)로 오르고, 최대 26달러(약 3만 9400원)까지 인상된다.

프릴은 “일자리를 제안하면 전화기 너머로 울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굿윈리크루팅의 앤디 데커 최고경영자(CEO)는 “호텔·식당 관리직에서 시니어 주거시설 관리로, 공급망·물류에서 병원 자재 관리로 옮겨가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약 3만 7000명을 고용한 콜로라도 기반 의료시스템 UC헬스에는 미지급금 분석가부터 냉난방공조(HVAC) 기술자까지 의료와 무관한 일자리 수십개가 비어 있다. 앤절라 스피넬리 인재채용 선임이사는 “의료업계는 작은 도시 같다”며 “재무·인사 등 온갖 직무가 있어 누구에게나 맞는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UC헬스는 더 많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수 초급 직무에서 고졸·고졸학력인증(GED) 요건을 없앴다. 청소부로 입사한 사람도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면 얼마든지 간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CNN은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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