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는 14일(현지시간) 이번 조치가 AI를 정치·지정학적 목적으로 규제하는 무대를 열었다며, 각국이 주요 민간 AI에 대한 접근을 봉쇄당하지 않으려 독자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사진=AFP)
앤스로픽은 지난 12일 저녁 미 상무부의 수출통제 지시에 따라 자사 신형 모델 ‘페이블5’(Fable 5)와 ‘미토스5’(Mythos 5)에 대한 모든 고객의 접근을 차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외국인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대응이다. 앤스로픽 소속 외국인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들만 선별해 차단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회사는 두 모델을 전면 중단했다.
이번 차단은 미국의 동맹마저 예외로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 파트너들조차 접근이 금지됐다. 신형 모델 검증의 세계 최고 기관인 영국 AI안전연구소의 사용도 막았다. 수개월간 미토스 사용 권한을 확보했던 각국 정부·은행·기업이 하룻밤 새 러시아·중국·이란과 같은 처지가 된 셈이다.
AI 업계와 동맹국에서는 이를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잇따랐다. 엔비디아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 코히어의 에이단 고메즈 공동창업자는 “이 지렛대가 행사되지 않기를 순진하게 바랐던 이들에게 이는 엄청난 경종”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번 사태가 유럽의 기술 주권 필요성을 부각한다고 밝혔다. 각국이 주요 민간 AI 접근을 봉쇄당하지 않으려 자체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톰 터겐다트 전 영국 안보장관은 “이렇게 분명한 교훈을 얻은 뒤 모든 나라가 무엇으로 주권을 확보할지 자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기업 AI ‘외국인 차단’ 첫 사례…업계 전체로 ‘불똥’
이번 조치의 파장은 앤스로픽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미 정부가 반도체·슈퍼컴퓨터 등 핵심 기술의 해외 접근을 제한한 적은 있지만, AI 소프트웨어 자체를 겨냥한 통제는 헌법·상업적 논란을 부른다. 안보를 명분으로 AI 모델 접근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막은 선례는 오픈AI, 알파벳(구글), 메타 등 다른 주요 개발사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토스5는 수십년간 발견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취약점까지 찾아낼 만큼 강력해, 사이버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부터 제기됐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11일 러드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인용해 “미토스가 미국 기밀 시스템 대부분을 몇 주가 아니라 몇 시간 만에 뚫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 조지타운대의 헬렌 토너는 미국 AI 기업에 외국인이 많은 만큼 외국인 차단은 사실상 해당 기업의 연구개발(R&D) 중단과 같아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탈옥’ 공방에 앤스로픽 압박설…“고쳐라” vs “사소한 결함”
발단은 ‘탈옥’(jailbreak·내부 안전장치 우회)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 연구진이 페이블5에서 보안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탈옥 가능성을 찾아냈고,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미 고위 당국자들에게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색스 전 백악관 AI 책임자는 엑스(X)에 정부가 결함 수정을 요청했으나 앤스로픽이 거부했다고 적었다. 앤스로픽 측은 정부가 지목한 탈옥이 이미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 몇 건을 찾아낸 제한적 사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미미한 탈옥 가능성을 이유로 수억명이 쓰는 상업용 모델을 회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미 정부의 통제가 외국인보다 앤스로픽 압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 작전에 앤스로픽이 쓰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국방부와 앤스로픽이 군사·감시 활용을 놓고 충돌한 바 있어서다. 이후 미 정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상태다.
최근엔 미군의 이란전에도 클로드가 쓰인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과거 앤스로픽을 “통제 불능의 급진좌파 AI 기업”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앤스로픽은 오픈AI와 함께 올해 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차단이 민감한 시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