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컵 이란-뉴질랜드 경기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슨 스포츠파크 밖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고, 그 뒤로 사람들이 혁명 이전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AFP)
이번 대회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참가국과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열린다. 미국과 이란이 이날 종전 합의를 발표하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선수단의 비자 지연과 입국 제한, 여행 금지 등으로 참가 자체가 불분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란 대표팀이 무사히 월드컵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경기력 외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팀은 당초 애리조나주 투손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멕시코 티후아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고, 매 경기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와야 한다. 체류를 최소화하려 첫 경기 하루 전에야 입국했다.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은 운영진과 일부 스태프가 입국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며 “이게 무슨 대우냐”라며 반발했다.
이란축구연맹은 배정받은 입장권 전량이 회수돼 자국 팬에게 단 한 장도 줄 수 없게 됐다. 메흐디 타지 연맹 회장은 워싱턴의 처사를 “악의이자 팀 간 불평등”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측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이란인 커뮤니티도 부담을 떠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응원을 해야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커뮤니티는 둘로 쪼개졌다. 변호사이자 아리아FC 수비수인 라민 가슈가에이는 대회를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으론 그 팀은 이란 국가대표팀이 아니다”라며 이란에선 정치 이념과 인맥이 선발을 좌우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같은 팀 주장 네이더 아델리(65)는 선발 방식엔 비판적이면서도 마음만은 대표팀에 가 있다고 토로했다. 뉴욕의 변호사 오미드 아스카리(26)는 “미국 선수를 응원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건 아니듯, 이란도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은 경기장 밖 풍경도 바꿔놨다. 2026년 2월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LA의 이란인 밀집지 ‘테헤란젤레스’에서는 이를 반기는 군중이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개입이 정권 교체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깃발과 관련해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다수의 재미 이란인은 이슬람 엠블럼이 새겨진 현 이란 국기 대신, 1979년 혁명 이전까지 쓰인 ‘사자와 태양기’를 선호한다. 반정부 진영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파가 정치적 깃발 반입을 금지하며 이를 막았고, 해외 동포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란 첫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밖에서는 시위까지 예고됐다.
이란 사회 전문가인 케반 해리스 UCLA 사회학 교수는 전쟁 이후 공동체가 ‘탈동원’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LA에서 더는 서로 말을 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1970년 군사정권하 브라질이 우승하자 시민들이 정치를 잊고 환호했던 사례를 들어, 스포츠가 정치와 별개로 작동하기도 한다고 봤다. 다만 그는 “스포츠는 전쟁을 대체해야지, 전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아델리는 “결국, 축구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