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전 외교차관 "미·이란, 승리 서사 다툼에 진통 예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4: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다. 다만 향후 60일간 진행될 실무 협상에서 양측이 각자의 ‘승리 서사’를 입증하려는 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 제1차관 출신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15일 ‘BKL 퍼스펙티브스’ 칼럼을 통해 이번 미·이란 종전 합의를 평가하고, 하반기 국제정세의 핵심 변수들을 짚었다. 임 고문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하고 주아세안 대표부 및 주영국 대사관에서 특명전권대사를 지낸 외교 전문가다.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한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합의는 ‘최소 공통분모’…핵심은 60일 실무협상”

임 고문은 이번 미·이란 간 양해각서(MOU)를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만 담은 ‘모(母) 협정’으로 규정했다. 행동 계획 구체화는 향후 60일간의 실무 교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번 합의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이고, 이란은 핵 개발 관련 주권적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 모두 비핵화 원칙론자나 대미 강경파 등 국내 정치 변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협상의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대(對)이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의 사안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종전 합의 이후 중동 정세 역시 양해각서 체결까지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봤다.

◇“단기 재충돌 가능성은 낮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임 고문은 미국의 경우 7월 4일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을, 이란은 같은 날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을 앞두고 있어 양측 모두 전투 행위 재개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후속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 향한 메시지는 “거시 안보 리스크 관리”

임 고문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외교·안보 요인의 비중 확대를 꼽았다. 기업과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 정치·군사적 리스크를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공급망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플랜B’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호르무즈 봉쇄와 유사한 사태가 다른 지역·분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변수…중동 질서 재편부터 美중간선거, 북한까지

임 고문은 올 상반기 베네수엘라·그린란드 사태, 미·이란 전쟁에 이어 하반기 국제정세를 좌우할 변수로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중동 역내 질서 재편이 주목된다. 이란·걸프국가들의 전후 복구 사업이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가 보여주듯 중동 역내 질서 자체가 새롭게 짜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중동 영향력 변화와 미·이스라엘 관계의 향방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혔다.

11월 미 중간선거도 핵심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약 33%에 머무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고 봤다. 상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미시간·조지아·뉴햄프셔 등 경합주 의석을 모두 지키면서 노스캐롤라이나·메인·텍사스·오하이오·알래스카·아이오와 등에서 4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이 하원만 장악해도 국정조사·청문회·탄핵 공세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선거 이후 미 국내 정국 흐름을 2028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기에 북한 변수도 더해진다. 임 고문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에서 미·중이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고, 미국이 ‘디커플링’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게 된 점을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중 관계의 완전한 단절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이른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를 득표 요인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중국 선전)·12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미국 마이애미)보다 앞선 9월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을 공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사진을 올린 점도 거론됐다. 임 고문은 미·이란 전쟁 종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외교 목표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북한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으로 이를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사진. (사진=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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