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31년만에 최고 금리로…엔캐리 청산 경계감 고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4:3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일본은행(BOJ)이 16일 발표할 통화정책 결정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일본의 1%대 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15~16일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간 낭종 감염 치료로 입원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총재 없이 열린다. 우에다 총재는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하지만 투표권은 행사하지 않는다. 회의 후 기자회견은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가 대신 진행한다.

이번 인상이 결정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BOJ는 지난 4월 회의에서 6대 3으로 동결을 결정했는데, 당시 반대표를 던진 3명 모두 1.0%로의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로 2명의 정책위원이 인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9인 위원회에서 과반 지지는 이미 확보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동발 물가 압력 vs 엔화 약세 방어

이번 인상은 중동 정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과 엔화 약세 대응이라는 두 가지 배경이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J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으로, 우에다 총재는 이번 회계연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인 2.35%까지 올랐다.

다만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해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15일 일본 시장은 BOJ의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한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엔화 약세도 주요 변수다.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 베팅은 9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시장 개입 위험과 BOJ의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엔화는 달러당 160엔 선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당국의 시장 개입을 촉발했던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OJ 출신인 가메다 세이사쿠 솜포홀딩스 산하 연구기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이 BOJ의 연 2회 인상 계획 자체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달 인상 이후 오는 10월이나 12월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 설문에서도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중 1.25%로의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일본은행(BOJ) 기준금리 추이
◇국채 매입은 ‘속도조절’…내년 4월부터 축소 중단 검토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이다. BOJ는 현재 내년 3월까지 분기당 2000억엔(약 1조8900억원)씩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OJ 관계자들은 국채 매입 축소 속도를 더 늦추거나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별도로, BOJ가 오는 2027년 4월 이후부터는 국채 매입 축소를 중단하고 월 2조1000억엔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입을 멈춰도 만기 상환액이 신규 매입을 웃돌아 BOJ의 보유 국채 규모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BOJ의 판단이다. BOJ는 지난 10여년간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 국채의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정권과의 긴장…엔 캐리 청산 경계

BOJ는 정치적으로도 까다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통화정책 정상화에 민감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 위험 속에서 시장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 임명한 정책위원인 아사다 도이치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완화적 성향을 반영해 인상에 반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한국 시장에도 변수다. 2024년 7월 BOJ 인상 직후인 그해 8월 닛케이225지수가 하루 12.4%, 코스피가 8.7% 폭락한 ‘블랙먼데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성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 캐리 청산이 겹치면 원화 약세와 자금 이탈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OJ는 16일 정오께 정책 결정문을 발표하고, 오후 3시 30분 우치다 부총재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 도쿄 일본은행(BOJ) 본부 건물 모습.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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