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합의문 모두 서명"…호르무즈·동결자금 놓고 벌써 신경전(재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5:4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문이 이미 서명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합의의 핵심 내용인 호르무즈 해협 운영과 이란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놓고 양국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공식 서명식을 앞두고도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60일간 진행될 후속 핵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동부 에비앙레뱅에 도착해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 G7 정상회의는 15~17일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인근 도시인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며,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 브라질·캐나다·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동부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이미 모두 서명됐다(The deal‘s all signed)”며 “JD 밴스 부통령이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공식 서명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4월 체결한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란이 봉쇄했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측은 이 기간 이란 핵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역내 안보 문제를 놓고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의 기대감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유가는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최고위급 전자서명까지 마쳤지만 정작 합의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양국이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부터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통행료가 궁극적으로 영구 면제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란 측 설명은 다르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즉 향후 60일 동안만 무료 통행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다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고위 당국자도 브리핑에서 이번 양해각서에 명시된 것은 ’60일간 무료 통행‘이라며 이후 체제는 후속 협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향후 60일 동안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란이 통행료 부과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을 놓고도 시각차가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부분적으로 개방된 상태인 해협이 오는 19일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상당한 통행 증가가 있더라도 단기간 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동결자금 해제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다. 이란은 양해각서 서명과 동시에 일부 동결자산이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인터뷰에서 향후 60일 협상이 미국의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해상봉쇄 해제, 군사작전 종료와 함께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했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은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 언론에서는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120억 달러를 우선 해제하고, 협상 기간 추가로 120억 달러를 풀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는 핵협상 진전에 연계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검증 가능한 이행 조치가 확인돼야 제재 완화와 자산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사실상 정치적 선언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초기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해체와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합의 내용에는 이런 요구가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이란 핵 문제의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방안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양보한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이란은 레바논 내 전투 중단을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우리가 철수하기를 원했지만 나는 굽히지 않았다”며 남부 레바논 주둔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헤즈볼라 공격에 대응할 권리도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합의 발표 이후에도 교전은 이어졌다. 레바논 국영매체는 이날 이스라엘 무인기가 남부 크파르테브니트 지역 차량을 공격해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무장대원 4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에 매우 나쁜 합의”라며 “이 같은 평가는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정부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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